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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정의를 다시 점검하라

신오덕 2015. 8. 4. 10:04
[매경춘추] 국민기업
기사입력 2015.08.03 17:45:17 | 최종수정 2015.08.03 17: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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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국민기업`이라는 어휘는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특이한 유형이다. 경영학 교과서는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국어사전에 정의가 나와 있는지 궁금하다.

그만큼 애매하지만, 매체나 정치권에서 자주 거론된다. 특히 정권 교체기나 새 정부 출범 이후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면 다소 정치적 의미가 내포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국민기업` 뿌리는 김영삼정부 말기에 통과된 `민영화 특별법`에서 유래한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정부투자기관 또는 출자기관의 지위를 가지고 있던 KT(옛 한국통신), 포스코, KT&G(옛 담배인삼공사) 등의 지배구조 개선과 정부 보유지분 매각을 통해 민영화의 전기를 마련한 것이었다.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해 대기업의 정부 보유주식 매입을 제한했던 것도 `주인 없는 기업`으로 칭해지는 배경 중 하나였다.

이들 기업이 오랜 기간 정부 주도로 성장해 왔고 국민이 친숙하게 느끼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국민기업으로 일컬어지기 시작했다.

이들 기업은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지니고 있음에도 회장 또는 사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자주 논란이 제기돼 왔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최고경영자(CEO)가 중도 하차하거나, 사법심사 대상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2년 전 KT 회장의 사법 처리에 이어 지난해부터 포스코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이뤄지고 있고, 금주에는 KT&G 사장이 조사 도중 사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들 국민기업의 CEO 선임 방식은 정관에 명확히 규정돼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손`의 영향력이 존재한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않고 있다. 세계 10대 무역국 중 하나인 우리나라의 국민기업 CEO 선임과 안정적 경영권 행사가 이렇게 어렵다면 어떻게 변명해야 할까.

CEO 선임 과정의 법적 투명성은 이미 보장돼 있기 때문에 보다 중요한 것은 역량 있는 인사를 객관적으로 선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들의 임기를 보장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 형성의 공감대 형성과 국민기업 내외의 정치적 환경이 성숙돼야 한다.

특히 눈에 안 보이는 `힘`의 절제 노력이 긴요하다. 아울러 국민기업의 경영 판단과 재무적 성과가 형법의 잣대에서 재단될 여지가 없도록 경영진의 경영 전념 노력에 한 치의 오차가 없어야 한다.

참외밭에서 신발 끈을 매는 오해가 없도록.

[오연천 울산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