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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신오덕 2015. 8. 12. 12:36
[사설] 순환출자 80% 해소 선언한 롯데, 환골탈태 서둘러라
기사입력 2015.08.12 00:03:02 | 최종수정 2015.08.12 00:5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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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어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고 호텔롯데 상장, 순환출자 연내 80% 해소를 약속했다. 신 회장은 "롯데호텔에 대한 일본 계열회사들의 지분 비율을 축소하겠다"며 "중장기적으로 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순환출자 구조를 완전히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정체성 논란이 빚어진 데 대해서도 "상장계열사 8개 매출액이 전체 그룹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기업"이라고 해명했다.

신 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경영권 분쟁이 촉발된 지 보름 만에 이뤄졌다.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비밀스러운 지배구조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고 정치권이 재벌 개혁을 밀어붙이자 위기의식을 느끼고 서둘러 봉합에 나선 모양새다. 정부 압박과 소비자 불매운동에 떠밀린 사과이기는 해도 그동안 지적돼온 왜곡된 지배구조와 불투명한 회사 운영을 개선할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은 것은 바람직하다.

롯데 형제간·부자간 경영권 다툼은 막장드라마 이상이었다. 아버지를 등에 업고 쿠데타를 일으킨 형, 아버지를 대표 자리에서 밀어낸 아들, 손가락질로 임원을 해임하는 총수의 전근대적인 경영 방식 등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한 416개의 거미줄 순환출자 고리, 복잡한 지배구조 등 이번 사태로 드러난 롯데의 치부는 한둘이 아니었다.

신 회장이 사과했다고 해서 여론이 바로 좋아지진 않을 것이다. 기업 이미지 추락, 국민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제 밝힌 약속을 성실히 이행해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 호텔롯데 상장은 수차례 논의됐지만 매번 불발돼 가능할지 의구심이 적지 않다. 순환출자 해소도 신 회장이 언급했듯이 7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만큼 단기간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재원 마련 방법이나 구체적인 일정도 밝혀야 국민의 분노가 풀릴 것이다. 구체적 실천 플랜도 없이 설익은 계획만 쏟아낸 것이라면 여론은 결국 등을 돌리고 말 것이다.

이달 17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형제간 대결도 남아 있어 이번 사과로 롯데 사태가 일단락됐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신 회장은 `반(反)롯데 정서`가 고착되지 않게 하루라도 빨리 환골탈태에 나서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