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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철과 신념
싸움의 역사를 점검하고 처세하라 본문
[세상사는 이야기] 사나이의 눈물 | |
기사입력 2015.08.15 00:01:04 | 최종수정 2015.08.15 00:04:10 |
그의 전투는 한결같이 해안선 인접한 곳 해류를 타고 넘으며 승기를 잡았다. 영화에 나오지 않아서 그렇지 울돌목의 조류와 간만의 차는 지역 사병들이 `멸왜(滅倭)`의 심정으로 보고한 의기투합의 산물이었을 것이다. 사령관에 대한 전폭적인 충성은 그가 전장의 선두에 서 줄 것이라는 전제하에 가능했을 터, 이순신은 피를 토하는 백병전으로 입증했고 1만여 명의 왜군이 수장된 처절한 전투에서 아군 사상자를 100명 내에 묶는 것으로 화답했다.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평생에 변변한 울타리가 되어주지 않았을 지역 주민들의 멍울진 가슴, 통한을 뚫었을 병사의 환호가 느껴져 주책없는 아줌마, 뜨거운 침을 삼켰다. 2. 조선 수난의 역사는 흙냄새 나는, 질긴 생명력을 가진 `한`과 `눈물`로 지탱되고 극복돼 왔다. `긴 것에는 감겨서 살라`는 막부식 처세훈과는 궤가 다르다. 학정이 한창일 때 일본군으로부터 탈출해 충칭 임시정부까지 600리를 달려온 학도병 앞에서 누군가 "흑"하고 울음을 터뜨렸는데, 김구 선생이었다. 어둠의 시대, 골수에 사무친 슬픔이 가진 파괴력은 컸다. 환영회에 나온 인사들의 좌절과 시련이 한 맺힌 일체감으로 무장됐고 결국 1945년까지 갈 수 있었다. 항거의 들불을 붙인 3·1운동도 의식적으로 고종황제의 장례 기간에 맞추어 계획됐다고 하니, 왕과 나라를 잃은 눈물을 단결로 담금질해 내는 사람들. 칼로 눈물을 벨 수는 없었다. 세로 사회의 일본은 가로의 우리와 반대였다. 인구 100만을 넘었다는 에도에서는 성과 영주를 무사가 받쳐주고 상공인이 덧대어 살았다. 권위와 계급의 수직문화는 `비리법천권`(비상사태에는 이론보다 법이, 법보다는 권세가 지배하며 그러나 그 권세도 천황에는 이기지 못한다는 뜻)의 가미카제 머리띠에서 정점을 쳤으니 눈물이 들어설 여지가 없는 `절대복종`이다. 우리는 연못과 같은 가로였다. 평형천 유역의 논과 천수답 사이에서, 같은 노력을 해도 전자에 풍년이 들면 후자가 흉년이 되니 현실을 부동의 진실로 받아들이는 일본과 달리 상황의 부침을 `상수`로 인정하지 않았다. 해가 가면 풍년의 객체가 바뀔 것이므로. 3. 뾰족한 `천하제일`이 일본의 가치였다면 조선은 `공동체적 운명론`을 선택해 왔다. 국력의 원천이 국민에 있었으므로 고위직, 특히 장교와 정치인은 고비마다 `자기희생`이 아니면 통제력을 확보할 수 없었다. 신이 세상을 빚을 때는 `이해 득실의 균형`이 아닌 `정의의 균형`을 추구했을 것인 바, `자신을 버리는 삶`이 조직이라는 증기기관에 공급될 때에만 신의가 폭발해 기관차를 달리게 할 수 있음을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 독립투사들은 익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4. 휴가 중에 느낀 반세기 전 감동이 채 식기도 전에, 뉴스 상단을 차지하고 나선 후손의 모습은 이러했다. 적의 기습으로 부하의 생명이 백척간두에 몰려 있는데, 사령관은 폭탄주 잔치를 벌이고, 30년을 국민과 함께했다는 국회의원은 로비인지 친분인지 명품시계 받아 손절매를 한 탓에, 숨은 명품 찾기에 검찰과 언론이 혈안이 되는 희한한 풍경이 화면을 채웠다. 성을 허물어 산 아래에서 싸워야 할 분들이 하늘을 찌를 듯한 성 안에서 함포고복하는 격이다. 공동운명체의 숙명으로, 다친 이를 위로하고 적군에 대한 타격 시점을 골몰해도 모자랄 판에 `단지 맥주만 마셨다`는 음주 변명은 생떼 같은 아들을 전방에 보낸 부모들의 가슴을 친다. 국회의원이 재테크 업종이 아니라면, 푹신한 안마기에 안겨 세계 최고급 시계 표준시 맞추는 장면을 여간해선 떠올리기 쉽지 않은 법. `시간을 여유 있게 갖고 공직을 마무리`할 여건이 조성되지 못할 것이라 직감했는지 사퇴결의안이 통과되기 직전 그 의원,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뿌렸다 한다. 이쯤 되면 망국의 한이 온몸을 집어삼켜 눈물을 보였던 누워 있는 김구 선생이 벌떡 일어설 만하다. 충무공과 백범까지 가지 않더라도, 바람에 누으나 뽑히지 않고 살아내는 민초들 앞에서 자신의 편의와 부여된 `도의`를 맞바꾸신 높으신 분들에게 알려드리는 오늘 국제 표준시. 2015년 8월 15일. 대한민국 광복 70주년이다. [김은혜 MBN 앵커·특임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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