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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 운용의 전문성을 강조하라

신오덕 2015. 8. 20. 14:38
[이슈토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기사입력 2015.08.19 17:02:58 | 최종수정 2015.08.19 17: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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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 산하 기금운용본부 공사(公社)화 추진이 가시화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달 2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국민연금 운용체계 개선안을 발표한 데 이어 27일 정희수 새누리당 의원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를 놓고 "기금 운용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해 연금 고갈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공사화 찬성 의견과 "공사화할 경우 정부 경제 부처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이는 손실 위험 및 변동성만 키우는 개악"이라는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 찬성 /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운용의 효율성 높이려면 투자는 전문가에 맡겨야


 

국민연금기금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500조원을 넘어선 기금을 누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현재는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공단의 한 부서인 기금운용본부에서 이를 운용하고 있다. 이는 운용 규모가 5000억원 수준이던 1999년에 구축된 운용 체계이다. 10년 내 기금 규모는 1000조원을 돌파할 것이며, 최대 적립기인 2043년에는 250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규모와 성장세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기금운용체계의 개편 방향은 `운용의 효율성 증진`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위험을 키워서 수익을 높이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산운용에서 효율성의 증진은 위험의 통제와 수익률 제고를 동시에 고려한다. 주어진 위험한도 내에서 자금의 성격에 부합하는 가장 유리한 운용 전략의 선택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국회나 정부가 아닌 금융전문가의 역할이다.

자산운용은 계획(plan)-집행(do)-평가(see)의 단계를 밟는다고 한다. 기금의 주인인 가입자의 대표성은 계획 단계에 반영될 수 있다. 기금운용에서 넘지 말아야 할 위험의 한도와 목표가 되는 수익률 수준을 가입자 대표 기구에서 결정하는 구조이다. 집행조직인 기금운용공사는 이러한 제약조건 아래에서 효율성만을 고려하여 운용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R&R)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바른 투자의사결정(investment decision making)은 다수결이 아닌 전문성의 영역이다. 공적연금으로서의 정부의 책임성은 평가 단계에서 이루어진다. 이 단계에서 강조되어야 할 원칙은 투명성이라 할 수 있다. 공적연금이라는 속성상 정부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에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명성 강화를 통한 독립성 확보가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민연금심의위원회의 위상 강화와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화를 통하여 연금 제도와 기금운용의 연계를 명확히 하고, 이로부터 결과적으로 기금운용의 독립성 및 전문성을 확보하려는 복지부의 개편안을 지지한다.

◆ 반대 / 김동근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부 정책 도구화 우려 기금 안정성이 더 중요


 

기금운용본부가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독립하여 공사가 되면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 1%포인트 초과수익 추구 시 변동성은 약 3배, 손실확률은 200배 이상 높아진다는 조사 보고서가 있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위험자산에 많이 투자한 세계 주요 연기금의 손실은 20% 안팎에 달했다. 예측 불가능한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가 발생하면 국민 노후 안전판인 국민연금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이는 국민연금 안정성을 해치게 되고 국민연금제도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위원 5명과 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 관련 단체에서 추천된 민간위원 14명 등 2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기금운용본부의 전문성과 독립성 그리고 수익률을 명분으로 투자전문가 중심으로 상설 기금운용위원회를 구성하게 되면 기금운용 지배구조에서 가입자를 배제하는 것이 된다. 가입자 대표가 배제되면 국민의 권익이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가입자들의 견제 기능이 약해져 국민연금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는 또 하나의 한국투자공사(KIC)를 설립하는 것이다. 독립된 조직이 기획재정부 등 경제 부처의 영향 아래 들어가면 정부 정책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을 특정 사업에 투자하거나 주식 부양의 용도로 사용한 전례가 있었다. 한국투자공사의 경우 정부의 개입 등으로 무리한 해외 투자에 참여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한국투자공사는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으로 2007~2013년 누적 수익률(4.02%)이 국민연금(6.33%)보다 낮았다.

향후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수익성을 내세워 해외 투자를 늘리면 위험하다. 국가는 연금제도가 유지되는 한 가입자에게 연금을 계속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안정성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키기보다는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되 일부 제도를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