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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판결을 확인하고 나아가라

신오덕 2015. 8. 21. 12:12
[사설] 돈받은 한명숙, 의원 임기 40개월 채워준 늑장 판결
기사입력 2015.08.21 00:01:02 | 최종수정 2015.08.21 08:5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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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300만원을 선고한 2심 판결을 어제 확정했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 경선 출마를 준비하던 2007년 3~8월 중에 세 차례에 걸쳐 전 한신건영 대표 한만호 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한 전 총리 동생이 한씨가 발행한 수표 1억원을 사용한 점, 한 전 총리 측이 한씨에게 2억원을 돌려준 점을 볼 때 한씨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넨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사회 지도층, 특히 정치권의 도덕성이 땅바닥에 떨어졌음을 입증한다. 한 전 총리는 두 차례 장관을 거쳐 총리까지 지낸 지도자급 인사다. 19대 국회의원이기도 한 그는 제1야당 대표를 지냈고 서울시장 선거와 대통령 후보 경선에까지 나섰다. 이런 인사가 불법적인 돈을 받은 데 대해 야당은 뼈를 깎는 반성을 하고 비상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법원마저 정치화됐다"고 밝혀 야권에 자정능력이 없음을 드러냈다.

사법부도 판결 선고를 터무니없이 미룬 잘못을 저질렀다. 이로 인해 정치권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검찰 기소 후 2심 판결까지 3년2개월,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5년1개월이 걸렸다. 대법원에서도 1년10개월이나 사건을 뭉갰다. 그 결과, 2012년 4월 국회의원이 된 한 전 총리는 어제 판결로 의원직을 잃기까지 무려 40개월이나 의원직을 유지하는 특혜를 누렸다. 형사소송의 1심은 6개월 이내, 항소심과 상고심은 4개월 이내에 끝내야 한다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규정을 감안할 때, 법원의 늑장 판결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고 했듯이, 법원 스스로가 본연의 업무인 `정의 실현`의 사명을 저버린 것이다. 한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로 처진 데에는 이 같은 사법부의 처신이 한몫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정치권과 사법부 모두 처절한 자기 반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스스로 일신하지 않으면 국민에 의해 강제로 변해야 하는 상황과 마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