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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기념식을 점검하라

신오덕 2015. 8. 24. 11:26
[테마진단] 성숙한 韓中관계 향한 또 한 걸음
기사입력 2015.08.23 17:23:05 | 최종수정 2015.08.23 19: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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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많은 논쟁이 있었으나 9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 전쟁 승리·세계 반파시즘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식에 박근혜 대통령 참석이 확정됐다. 먼저 얼마나 고민하고 떼기 어려웠던 걸음이었을까를 생각해본다.

근래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이슈로 미·중 간 직간접적인 압박에 시달려온 한국이었음을 생각하면 이제 우리가 집중해야 할 점은 이 한걸음을 참으로 의미 있게 만드는 일이다. 그것은 한층 성숙해진 양국 관계를 만드는 것이며, 이를 통해 한국 사회는 물론 주변 국가들에 한국이 지향하는 외교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다.

성숙한 한·중 관계에서 첫째는 경제적 관계 성숙이다. 이번 한·중 정상 간 만남을 통해 한국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후 미진했던 부분을 비롯해 AIIB 투자와 프로젝트, 그리고 주요 인선에 관한 한국 방침에 대해 중국과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이에 더하여 한국은 박 대통령이 주창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 육·해상 신(新)실크로드를 뜻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간 연계를 논의해야 한다. 이는 비단 한국과 중국 간 경제협력 문제만이 아니다. 중국의 부상이 동북아시아 발전과 번영, 그리고 안정에 기여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북·미 관계, 북·중 관계, 그리고 중·일 관계의 뿌리 깊은 상호 불신을 고려한다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일대일로`가 연계하는 한·중 경제협력 성숙은 서쪽을 향하던 일대일로의 동쪽 소외 현상을 해소하고, 유럽과 중국의 연결에서 유럽과 아시아 양끝이 연결되는 진정한 대륙 간 경제공동체라는 커다란 의미로 동북아에 다가올 것이다.

둘째, 한·중 군사안보적 관계 성숙이다. 특히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안정과 평화라는 한·중 공통 이익을 위해 발전된 논의를 이어나가야 한다. 한국 정부의 `코리아 포뮬러`를 중심으로 북핵 문제에 대한 `동결`과 `관리`로 기우는 중국과 선제적인 `비핵화` 실천을 요구하는 미국에 대해 단기적으로 `동결`을, 장기적으로 완전한 `비핵화`라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번 방중에서 중국에는 장기적인 `비핵화`를 위한 진정한 협력을 약속받고, 이후 10월에 예정된 방미에서는 한·중 간 합의를 바탕으로 미국에 단기적인 `동결`을 설득해야 한다.

셋째, 한·중 외교관계 성숙이다. 한·중 관계는 이제 양자 시각에서 동북아 안정과 평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단계로 상승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은 연내 한·중·일 3국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중국의 확실한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끝으로 한·중 관계 성숙을 위한 마지막 관문은 한·중이 바라보는 성숙한 역사관이다.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하고 힘든 일이 될 수 있다. 이는 이번 기념식 때 열병식 참석과도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중 사이에는 아직도 `동북공정`과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뇌관이 존재하며,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군 열병식에 참석할 수 없다는 시각과 한·중 관계 현주소는 물론 기념식과 열병식을 분리해 참석하는 것은 사실상 참석의 의미가 없다는 시각이 양립하고 있다.

하지만 열병식 참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를 바란다. 기념식과 열병식 분리 참석은 결국 미·중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며 한국이 이미 디딘 이 어려운 한걸음은 그 의미를 잃을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 한·미 동맹에 심각한 틈이 벌어지고 `중국 경사론`이 워싱턴 외교가에서 심화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하지만 60년이 넘은 한·미 동맹은 그 정도로 기반이 약하지 않으며 `중국 경사론` 실체도 판단하지 못할 미국 정부도 아니다. 어려운 결정을 해준 한국 측 제안을 향한 중국의 진지한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리고 이는 궁극적으로 미국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설득해야한다. 무엇보다도 한·중 간 지나간 역사적 진실을 서로 인정하고 균형 잡힌 역사의 공통인식을 바탕으로 미래와 후손을 위해 아프지만 이를 담담히 극복해나가는 한국의 모습을 동북아와 국제사회에 보여줘야 할 때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