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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취업자수를 살펴라

신오덕 2015. 8. 25. 10:14
[매경포럼] 한국노총, 노동계 대표할 자격있나
기사입력 2015.08.24 17:09:25 | 최종수정 2015.08.24 19: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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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를 `뱀파이어 경제`라고 지칭한 사람들이 있다. 좀비 같은 대기업, 온정 없는 경영인들이 흡혈귀처럼 다른 기업 또는 경영자 몫을 빼앗아갈 때 주로 사용된 말이다. 그럼 우리 노동시장에는 뱀파이어가 없는 걸까.

한국노총이 26일 노사정위원회 복귀 여부를 다시 논의한다. 지난 4월 노사정위원회를 뛰쳐나간 지 약 4개월 만인데 별로 기대를 걸진 않는다. 차라리 복귀하지 않는 게 낫다는 생각도 갖는다. 더 근본적으로는 한국노총이 과연 노동계를 대표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나라 취업자 숫자는 올해 상반기에 2568만명이다. 한국노총이 지난 6월 `노동시장 구조개악저지 총파업 찬반투표`를 하면서 언급한 재적 조합원 수는 77만여 명이다. 국내 근로자 3% 정도만 한국노총에 가입해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정도 회원으로 한국 노동계를 대표하는 게 과연 정당한가.

한국노총은 노동자 중에서도 장년층·정규직을 주로 대변한다. 공식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노동조합에 가입한 근로자는 10.3%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는 그들 중 78%가 가입해 있는데 이 중 청년층과 비정규직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는 통계를 찾으려 해도 찾을 길이 없다. 실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노조 가입 비중이 1.5% 정도다. 노동시장에서 가장 보호받아야 할 약자인 청년층·비정규직이 오히려 노조의 울타리 밖에 있는 셈이다.

청년층과 비정규직이 소외된 결과는 현실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최근 10년 사이 장년층 고용률은 63%로 높아졌는데 청년층 고용률은 40%로 떨어졌다. 그런데도 한국노총은 막무가내로 `정규직 해고 결사반대`를 외친다.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나눠줄 것으로 기대받는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는 `노사 자율로 추진할 사안`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이 고작이다.

대기업 근로자 연봉을 100이라고 해보자. 30년 전 중소기업 연봉은 80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62로 악화됐다. 또 비정규직 연봉은 정규직의 54%에 불과하다. 비슷한 일을 하고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임금·복지에서 차별받는다. `뱀파이어 경제`에서도 가장 추악하고 비인간적인 이런 현상이 오직 기업과 경영층 잘못만으로 생겨났겠는가. 노동단체가 대기업·정규직 근로자만 옹호한 탓은 아니던가.

백 보 양보해서 한국노총이 노동계를 대표한다고 치자. 그래도 이미 신뢰는 깨졌다. 노사정 대타협을 약속하고 반년 이상 시간을 끌다가 일방적으로 뛰쳐나가 버린 것이 올해 4월이다. 이번에 노사정위 복귀 여부를 놓고도 심각한 분열을 노출할 정도로 내부 리더십도 불안정하다. 복귀한다 해도 시간만 끌다가 결과적으로 박근혜정부의 노동개혁에 훼방만 놓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노사정 대타협에 지나친 환상을 갖고 있다. 독일 하르츠 개혁, 네덜란드 바세나르 협약과 같은 모범 사례를 보아온 때문이다. 물론 노사정 대타협으로 노동시장을 개혁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면 대환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노조 가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도 28위로 꼴찌 수준이다. 노동단체의 대표성이나 공정성, 리더십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노동계의 대표적인 약자인 비정규직·청년들이 소외돼 있는 건 그들 단체의 최대 약점이다.

25년 전 기자 생활을 시작할 때 선배들로부터 "어지간하면 노동조합, 종교인은 비판하지 마라"는 당부를 듣고 또 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시끄러워지니까"라는 것이었다. 이제 그 당부를 지키기 힘들다. 노동시장 개혁이 그만큼 절박한 탓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국민의 대표다. 청년·비정규직들이 호소하는 노동시장 개혁을 노사정위원회나 사회적 대타협기구에 미룰 까닭이 없다. 여당도 야당도 임금피크제, 해고 요건 완화 등에 대한 견해를 분명히 밝히고 내년 4월 총선에서 심판받으라. 누가 `뱀파이어`와 거래하는지 국민은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

[최경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