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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깊은 외교에 집중하라

신오덕 2015. 8. 25. 10:22
[기자 24시] 韓美동맹 문제없나
기사입력 2015.08.24 17:09:20 | 최종수정 2015.08.24 21:4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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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제3차 핵실험, 그리고 지난 20일 서부전선에서의 고사포·직사포 발사가 유발한 군사 긴장. 이들 사건 사이에는 눈에 띄는 차이점이 있다. 과거 일련의 도발에도 증시는 놀랄 만큼 강한 내성을 보였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잠시 출렁이다가 이내 안정을 되찾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번 서부전선 포격 도발 후에는 `패닉`이라 할 만큼 주가가 급락했다.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취약점이 북한리스크다. 북한리스크를 무력화할 수 있는 것은 굳건한 한·미동맹이다. 한국에 투자하는 많은 외국인들이 동맹국 미국의 역할을 믿기 때문이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북한 도발로 인해 증시가 이상기류를 보이는 것은 이 믿음이 흔들리고 있음을 방증한다. 북한의 기존 도발과 이번 사건 사이에는 또 다른 차이점이 있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도발과 제3차 핵실험 직후에는 한·미 양국 대통령이 즉각 전화통화를 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유례없는 긴장 고조에도 불구하고 양국 대통령이 긴밀하게 소통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교전 위기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았던 지난 22일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는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한국과 미국이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는 형식적이고도 간단한 브리핑뿐이었다. 한반도 문제가 프랑스, 시리아, 우크라이나, 중동 등의 사안에 우선순위가 밀렸던 것도 사실이다. 이쯤 되면 `한·미동맹은 확고하다`는 당국자의 말과 현실 사이에는 확연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한국이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미국과 잡은 손을 놓으려 했다. 이번 기회에 한국의 상황 판단이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미국 정가의 기류를 읽지 못한 채 말로만 한·미동맹을 외칠 것이 아니다. 중국과의 제휴가 불가피한 상황이더라도 오랫동안 신뢰를 다져온 동맹국의 신뢰를 잃지 않는 것이 사려 깊은 외교다. "미국은 한국을 지키기 위해 군대를 보내는데 부자나라 한국은 미국을 위해 하는 일이 없다"는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망언`이 한국에서도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한국에서는 일종의 개그나 개념 없는 막말 수준으로 평가절하되고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미국인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를 가볍게 보고 흘려보낼 일이 아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