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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신오덕 2015. 8. 27. 09:44
[世智園]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미국 루트128
기사입력 2015.08.26 17:38:31 | 최종수정 2015.08.27 09: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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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지난 25일로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 2년 반 동안 대통령이 내세운 화두 중 하나는 `창조경제`였다. 대통령이 전국 17곳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치하고 개소식을 일일이 찾으며 공을 들인 것도 창조경제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은 대기업들이 각각 한 곳씩을 맡아 창업기업을 지원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혁신의 허브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창조는 대기업과 창업기업을 한곳에 모아놓는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특히 관료적인 대기업이 주도권을 잡는다면 혁신은 요원하다. 이는 미국 IT산업의 중심이 보스턴 인근 `루트128` 지역에서 실리콘밸리로 이동한 까닭만 봐도 분명히 드러난다.

지금은 몰락했으나 루트128 지역에 자리 잡았던 데이터제너럴, DEC 등의 대기업은 1970~1980년대 미국 기술산업의 상징과도 같았다.

묘하게도 이들 기업의 문화는 오늘날 한국 대기업과 비슷했다. 지위의 높고 낮음을 기준으로 위계가 엄격했다. 직원은 한 기업에 오래 머무르며 계층제 피라미드의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게 목표였다. 생산구조도 수직으로 계열화돼 있었다. 그렇기에 하도급 기업을 부릴 뿐, 외부 기업과 파트너 관계를 맺고 지식을 공유하지 않았다. 지식은 개별 기업의 벽 안에 머물렀을 뿐, 그 기업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러나 실리콘밸리는 달랐다. 이곳의 원조 격인 페어차일드반도체의 문화는 루트128과는 정반대였다. 뉴욕타임스 저널리스트인 데이비드 스트레이트필드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기업이었다. 철저하게 개방적이었고 엄격한 위계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썼다.

실리콘밸리는 지식이 개별 기업의 벽 안에 갇히지 않았다. 창업가들이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옮겨가며 지식을 융합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대기업에서 일하며 떠올린 아이디어로 창업하는 것을 당연시했다. 이렇게 창업한 기업 중 성공한 기업은 높은 가격으로 대기업에 인수되거나, 스스로 다른 기업을 인수해 규모를 키웠다. 실패한 기업의 창업자는 또다시 창업하거나 다른 기업으로 흡수됐다. 이 과정에서 지식이 전파되고 융합됐다. 이것이야말로 실리콘밸리가 혁신의 허브가 된 비결이다.

과연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미래 문화는 루트128과 실리콘밸리 중 어디에 더 가까울까. 당연히 후자로 가야 한다. 전자 쪽이라면 루트128이 그랬듯이 신기루처럼 잊힐 것이다.

[김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