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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의 현주소를 알고 나아가라

신오덕 2015. 8. 27. 09:41
[박재현 칼럼] 한국에 `큰 기업` 이 없다
기사입력 2015.08.26 17:16:38 | 최종수정 2015.08.27 0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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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외국계 IB 임원을 만났다.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하지 않는 원인을 물었다. 그는 "한국에 투자할 큰 기업과 좋은 기업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LG전자의 시가총액이 6조원대밖에 안된다는 게 한국 기업의 현주소라고 말한다.

외국 투자가들은 한국 기업에 투자할 바엔 중국 신생 벤처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한다. 2년 전 한국 투자를 꺼리는 이유로 저배당, 과다 규제, 저성장 등을 들었는데 지금은 기업의 펀더멘털을 더 염려한다.

필자는 8월 24일 현재 시가총액 100억달러(약 12조원)가 넘는 아시아 우량기업을 분석했다. 한국 기업은 고작 20개로 중국 73개, 일본 100개에 비해 빈약하다. 한국은 1년 새 3개가 줄었는데 일본 기업은 아베노믹스(엔저) 날개를 타고 2배 늘었다.

 


중국은 앞질러 뛰어나가고 일본과의 격차는 더 벌어지는 형국이다. 아세안 기업의 추격세가 무섭다. 시총 12조원 이상 아세안 기업은 인도네시아(6개) 말레이시아(8개) 태국(7개) 싱가포르(9개) 필리핀(4개) 등 모두 34개다. 수년 새 크게 늘었다. 통신·금융·석유화학 기업은 한국보다 앞선다. 싱가포르텔레콤은 432억달러로 SK텔레콤 166억달러보다 2.6배나 크다. 신한금융(159억달러), KB금융(112억달러)이 잘한다고 하지만 말레이시아 메이뱅크(188억달러)보다 못하다. 이것이 국제무대에서 한국 금융의 실력이다.

태국석유공사(PTT)는 200억달러로 SK이노베이션 70억달러의 3배다. 시총 글로벌 500대 기업에 속한 한국 기업은 2년 새 8개에서 3개로 줄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한국전력 정도다. 한국 기업이 쪼그라들고 있다. 1차 책임은 기업이다. 혁신성이 부족한 데다 기업 생태계가 너무 늙은 탓이다. 돈만 쌓아놓고 미래 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로 눈을 돌리는 데 소홀히 했다.

그러면 국회나 정부는 책임이 없나. 투자 발목을 잡았다. 의사 결정은 더디고 정책은 속도를 못 내는 국가 거버넌스 구조에 지쳤다.

돈 버는 주체는 기업인데 국회, 시민단체, 지방자치단체가 더 설친다. 경제를 살리려면 기업이 뛰게 기(氣)를 불어넣어야 하는데 실기했다. 규제 철폐를 외쳤지만 핵심 규제가 얼마나 풀렸는지 모르겠다.

경제활성화 관련법 몇 개는 아직 여의도 담을 못 넘고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이것에 지친 대한항공은 경복궁 근처 호텔 개발을 포기하고 문화예술센터로 짓겠다고 발표했다. 일자리 창출 효과는 분명 줄었을 것이다. 국회가 기업의 세 부담을 늘리고 경영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법안을 내놓고, 국정감사에 걸핏하면 기업인을 증인대에 세우겠다고 협박하니 기업이 투자할 맛이 나겠나. 중국발 경제 쇼크로 위기가 닥쳐오는데 기업을 돕지는 못할망정 헛발질할까 걱정이다.

지금 한국은 정치가 경제를 압도하고 있다. 정치에 휘둘리면서 한 발짝도 못 나가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또 정부청사를 세종시로 옮기면서 정부 생산성이 많이 떨어졌다. 속도가 돈인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기업 환경은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불확실하다. 기업의 경영 부담이 정년 연장, 통상임금 확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훨씬 커졌다. 노조에 더 이상 내주고 양보할 것이 없다.

대기업이 마지못해 청년 채용을 확대하지만 얼마나 지속성이 있을까. 매출이 늘고 이익이 증가하지 않으면 망해가면서 채용을 할 리 만무하다. 기득권층, 노동자들이 고통을 분담하는 양보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런 윈윈의 노사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기업은 고용도, 투자도 하지 못한다. 한국엔 이류 기업만 넘칠 것이다.

청년 일자리가 왜 안 생길까. 노동 개혁이 안돼서일까. 물론 맞는 얘기다. 그러나 본질은 기업이 투자를 안 하고 성장을 못하기 때문이다.

성장률이 1% 오를 때 다른 계층의 실업률(0.08%)보다 청년실업률(0.17%)이 더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성장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한국에서 투자가 안되는 까닭에서 일자리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국에 큰 기업, 좋은 기업이 생기지 않으면 일자리는 없다.

[박재현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