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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를 결정하는 가치가 다르다

신오덕 2015. 8. 28. 09:27
[I ♥ 건축] 골프와 스쿼시
기사입력 2015.08.27 17:08:19 | 최종수정 2015.08.27 19: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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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 종목 중 골프와 스쿼시라는 운동이 있다. 골프는 넓은 땅에서 시원하게 혼자 공을 날리면서 노는 운동이다. 여러 명이 게임을 하지만 승패를 결정한다기보다는 혼자서 목표로 하는 홀에 공을 집어넣기 위해서 하는 운동이다. 골프는 구기 종목 중 가장 공간적 제약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스쿼시는 아주 좁은 육면체 방에서 두 사람이 하는 운동이다. 그리고 스포츠 중에서 벽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운동이다. 아이스하키도 벽을 가끔씩 이용하지만 드리블할 때나 잠시 벽을 이용할 뿐이다. 반면 스쿼시에서는 상대방에게 공을 넘길 때 반드시 벽을 이용해서 보내야 한다. 벽이라는 건축 요소를 적극 사용하는 특이한 운동이다. 밀폐된 공간에 있고 상대방과 신체 접촉은 없지만 좁은 공간 안에서 하나가 되어 작동하는 운동이다. 공을 보낼 때 상대 선수 움직임뿐 아니라 직육면체 공간과 반사각을 계산하면서 끊임없이 머리를 써야 하는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가 엄청난 운동이다.

남녀 관계에서는 보통 연애할 때는 잘 지내다가 결혼을 하면 싸운다. 연애와 결혼은 골프와 스쿼시 같다. 연애는 자기 일을 하다가 잠깐씩 만나서 좋은 시간을 보낸다. 마치 네 사람이 각자 골프를 치다가 중간중간 쉴 수 있는 `그늘집`에서 만나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거나 티박스나 카트에서 잠시 만나서 한담을 나누는 것과 비슷하다. 필드가 넓어서 서로 부딪칠 일이 전혀 없다. 하지만 결혼은 집이라는 제약된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특히 우리나라같이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작은 집에 많은 가족이 북적대면서 살게 된다. 우리나라 집은 대부분 벽식 구조로 지어졌다. 그래서인지 집에 들어가면 스쿼시 장에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정생활을 하는 것은 좁은 스쿼시 장에서 벽치기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좁고 간섭이 많은 만큼 힘들다. 그래서인지 좁은 집에 사는 우리나라 국민에게는 스쿼시보다는 골프가 더 인기다. 하지만 골프보다는 스쿼시가 유산소운동이 많이 된다. 그렇듯 인격을 키우는 데는 연애보다는 좁은 집에서 사는 결혼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위로하고 싶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