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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알았으나 실천이 해답이다

신오덕 2015. 8. 28. 09:25
[기자 24시] 軍의 `공언과 현실` 사이 괴리
기사입력 2015.08.27 17:12:55 | 최종수정 2015.08.27 20: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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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은 "북한이 도발하면 즉시 원점 타격은 물론 후방 지휘세력까지 타격하겠다"고 입버릇처럼 공언해왔다.

지난 20일 서부전선 연천 지역의 상황을 복기해보자. 오후 3시 53분 북한군은 구경이 어른 손가락 굵기에 불과한 14.5㎜ 고사포 한 발을 쏘았다. 레이더를 주시하던 장병들은 지름 1㎝가 조금 넘는 작은 물체가 북한이 쏜 포탄인지를 확인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북한은 조금 뒤인 4시 12분에는 군사분계선(MDL) 남쪽으로 팔목 정도 굵기의 76.2㎜ 평곡사포 3발을 발사했다. 우리 군은 30여 분 후에야 북한이 쏜 것이라고 확인했다. 전 세계에서 병력과 중화기가 가장 빽빽이 배치돼 있는 휴전선 지역이다. 일촉즉발의 상황인 만큼 교전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서도 도발이 발생하면 먼저 그 실체를 철저하게 확인하고 대응해야 한다.

`도발 즉시 보복`이라는 우리 군의 기본 입장은 이 같은 최전선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군의 공언은 현실적으로 엄포에 불과했던 것이다. 북한은 이번에 우리 군의 `말과 현실 간 괴리`를 역이용했다. 대남 무력도발 방식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북한이 처음 쏜 14.5㎜ 고사포탄은 워낙 작아 야산에 떨어지기도 전에 궤적이 탐지망을 벗어났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은 포탄이 아니라 탐지장비의 기계적 오류에 따른 허상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북한의 지능적인 `허허실실` 타격이었다.

비무장지대(DMZ) 상황은 1차적으로 유엔사령부 관할이다. 기본 임무가 6·25전쟁 정전 체제 관리인 유엔군사령부는 남북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가급적 줄이려는 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번에 연천 지역 부대의 대응도 유엔군사령부의 가이드라인에 의거해 이뤄졌다. 북측이 쏜 포탄은 4발인데 남측은 29발을 발사했고 포탄의 구경도 155㎜로 북한 것보다 훨씬 컸다. 전문가들은 이 수준의 대응이 `원점 타격`보다 적절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군 수뇌부가 설정한 레퍼토리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21일 전군 작전지휘관 영상회의에서 "북한군은 우리 군이 바로 대응하지 못하도록 모호한 방식으로 도발했다"며 "앞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점을 알았으니 이제 답을 내놓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