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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자화상을 살피고 나아가라

신오덕 2015. 9. 1. 09:12
[기자 24시] 불혹맞은 `돔형 국회의사당`
기사입력 2015.08.31 17:35:10 | 최종수정 2015.08.31 18: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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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1번지 국회의사당의 원래 설계도에는 지금의 돔이 없었다. 그러나 권위가 없어 보인다는 국회 내부 의견에 따라 돔을 얹기로 했다. 설계한 건축가들이 일제히 반발했다. 당시 건축가 안병의 씨는 "국회의사당은 귄위나 위세보다도 친밀감과 안정감이 더 중요하다"며 "정치권력이 부당하게 설계를 뜯어고치게 한 것은 건축가들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입법 과정에 개입한 것과 같은 처사"라고 꼬집었다.

결국 새 국회의사당은 국회의 의지대로 돔을 얹어서 40년 전인 1975년 9월 1일 준공됐다. 그날 준공기에는 이렇게 쓰였다.

"이 집은 통일을 기원하는 민족의 전망대요, 번영을 약속하는 역사의 증언탑이다."

1년 정부 예산이 3조원(올해 376조원)도 채 안 되던 시절 건설비 135억원에 연인원 100만명이 동원돼 연건평 8만1653㎡(약 2만4700평)로 세워진 동양 최대 규모였다. 건물을 떠받치는 높이 32.5m의 24개 돌기둥 위에 얹어진 원형 돔은 위압감을 느끼게 한다. 석굴암을 본떠 만든 로텐더홀로 오르는 계단에는 과거 붉은 카펫까지 깔려 있어 국회의원들 어깨에 저절로 힘이 들어간 적이 있다. 돔을 얹은 위압적 건물이 불혹을 맞았지만 애초의 우려가 현실이 된 탓일까. 우리 국회의 자화상은 초라하기만 하다.

지난달 31일 8월 임시국회가 결국 파행되자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4류 국회란 말은 자업자득"이라고 자조했고,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은 "무기력증에 빠진 국회"라고 한탄했다. 그러나 어느 쪽도 자기 탓을 하진 않았다. 과거 여의도는 모래바람이 거셀 때 눈뜨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한강변 모래가 사라지면서 진짜 모래바람은 종적을 감췄지만 지금도 국민은 정치판 모래바람에 분노하고 있다.

오늘 19대 국회는 임기 마지막 정기국회를 시작한다. 본회의 직후에는 의사당 앞에 모여 전체 의원들이 기념사진도 찍는다고 한다. 부디 의사당 건물을 한번 올려다보길 권한다. 24개 기둥은 24절기와 함께 의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상징하고, 논란이 많았던 원형 돔에는 토론을 통해 의견을 모으라는 의미를 부여했다고 한다. 지금 국회 모습은 여야가 각각 한 개의 기둥에 반쪽짜리 돔을 얹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