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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하달방식이 많은 이유를 살펴라

신오덕 2015. 9. 16. 09:46
[매경춘추] 비빔밥 조직론
기사입력 2015.09.15 17: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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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생활은 입에 맞지 않는 음식으로 인한 고충이 크다. 한국에서의 생활은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 흰쌀과 면을 주식으로, 된장찌개와 반찬을 곁들이고 고기나 생선을 굽거나 찐 음식은 필자에게 너무나 익숙하다.

다만 식사방법은 차이가 있다. 일본에서는 하나하나의 음식을 시간을 두고 식탁에 내놓는다. 한국에서는 다양한 색깔의 반찬과 주식을 한꺼번에 식탁에 올리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화려하지만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 그릇 안에 밥과 여러 반찬이 섞인다. 비빔밥은 그 정점이다. 고기, 고사리, 당근, 표고버섯, 김, 날계란 노른자가 담긴 비빔밥은 고추장과 함께 비벼진다.

처음에 비빔밥은 빨리 먹기 위해 고안된 음식이라고 짐작했다. 비빔밥의 역사가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건 나중에야 알게 됐다. 필자가 경복궁 관광 때 가이드가 해준 얘기다. "비빔밥의 색깔은 음양오행을 나타내며, `동서남북`을 상징하는 색깔인 `청백적흑`과 중심의 황색을 식재료를 사용해 표현한 것이다.

 

조선시대의 왕은 비빔밥을 가신들과 함께 먹었으며, 의견을 나누며 함께 정치를 해야 한다는 의미를 나타낸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비빔밥에 대한 시각을 바꾸게 되었고, 존경의 마음으로 비빔밥을 먹게 되면서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한국의 조직문화는 합의적 결단보다 중앙집권적 보고 체제, 즉 톱다운(top-down·상명하달)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들었는데, 잘못된 선입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필자는 한국에서 조직을 운영하면서 직원들에게 보텀업(bottom-up·하의상달), 팀워크, 커뮤니케이션 세 가지를 강조한다.

 

고객과 현장의 목소리를 정확히 보고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보텀업이다. 과제의 해결방법을 함께 검토하는 과정이 팀워크다.

상사에게 의견을 제안하고 결정을 내리게 하는 과정이 커뮤니케이션이다. 사실 필자가 지향하는 조직문화와 한국적 조직풍토 사이의 균형이 고민거리였다. "모두가 평등한 입장에서 하나 되어 정치를 행하라"는 비빔밥의 참뜻을 알게 된 후 한국의 조직문화는 보텀업과 팀워크로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토양을 오래전부터 갖추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과 조직문화. 얼핏 관계없어 보이지만 외국인으로서 둘의 연결점을 찾아내고 업무에 활용하고자 고민한다. "좀 가벼운 마음으로 비빔밥을 드시는 것은 어떨까요?"라는 말이 들리는 듯하다.

[신구 진(新宮仁) 브리지스톤 타이어 세일즈 코리아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