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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로봇을 개발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신오덕 2015. 9. 16. 09:54
[이인식 과학칼럼] 원자폭탄보다 위험한 살인로봇
기사입력 2015.09.15 17:20:13 | 최종수정 2015.09.15 17: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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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중순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주요 언론이 `살인 로봇(killer robot)` 논쟁을 비중 있게 다루었다. 7월 28일 미국 민간기구 생명미래연구소(Future of Life Institute)가 인공지능과 자율능력을 갖춘 군사용 로봇, 곧 킬러 로봇의 개발 규제를 촉구하는 서한을 공개한 것이 계기가 돼 논쟁이 벌어졌다.

1000여 명의 과학기술자가 서명한 이 공개서한은 무인지상차량(로봇탱크)이나 무인항공기(드론) 같은 "킬러 로봇이 화약, 핵무기에 이어 전쟁 무기의 제3차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제하고, "킬러 로봇은 원자폭탄보다 더 심각한 위협이 되는 만큼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봇의 살인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표명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2년 로봇윤리(roboethics)라는 용어가 처음 만들어졌다. 2004년 국제 학술대회에서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된 로봇윤리는 로봇을 설계·제조·사용하는 사람들이 지녀야 할 윤리적 규범을 제시한다. 요컨대 로봇윤리는 로봇공학이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발전하게끔 윤리적 측면을 강조하는 행동 지침인 셈이다. 2006년 로봇의 윤리적 기능을 연구하는 분야가 기계윤리(machine ethics)라고 명명됐다. 기계윤리는 로봇에게 사람과 상호작용하면서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할 줄 아는 능력을 부여하는 연구이다. 기계윤리 전문가들은 로봇이 지켜야 하는 윤리적 원칙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로봇에 집어넣을 것을 제안한다. 이를테면 사람과 로봇 모두에게 이로운 행동을 하는 윤리적 로봇(ethical robot)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8년 미국 인공지능 전문가 엘리제 유드코프스키는 우호적 인공지능(FAI·Friendly AI) 개념을 창안했다. 그는 "사람이 로봇의 창조주이므로 오로지 우호적인 임무만 수행하도록 로봇을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사회로봇공학(social robotics)이 출현하기도 했다. 사회로봇공학의 목표는 로봇에게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할 수 있는 사회적 자질을 부여해 우호적인 행동을 하고 사랑하는 감정도 느끼게 하는 데 있다.

2009년 뉴욕타임스 7월 26일자에 `과학자들은 기계가 인간보다 영리해지는 것을 걱정한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미국 아실로마(Asilomar)에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을 벌인 내용을 보도한 기사였다.

기사 요지는 "참석자 전원은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가능하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으며, 인공지능 발전에 따라 로봇에 대한 인간의 통제력이 상실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1975년 2월 17개국 생물학자 140명이 아실로마에서 유전자 재조합 기술의 위험성에 관해 사흘 밤에 걸쳐 토론을 벌인 적이 있다.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아실로마를 회의 장소로 일부러 선택한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인공지능 역시 인류의 안녕과 복지를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연구 목표를 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는지.

2010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7월호 편집자 논평은 미국 정부가 국제적 공조를 통해 살인 로봇의 실전 배치를 규제하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어쨌거나 이번 킬러 로봇 논쟁을 지켜보면서 개인적으로 다소 뜬금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왜냐하면 가까운 장래에 사람이 살인 로봇과 뒤섞여 전투를 치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008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가 발표한 `2025년 세계적 추세`에 따르면 2025년 완전 자율로봇이 마침내 전쟁터를 누비게 된다. 이 보고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일독해야 할 문서 목록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1월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군사전문가 피터 싱어가 펴낸 `로봇과 전쟁(Wired for War)`은 미국의 무인병기 보유량이 조만간 수만 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살인 로봇이 기어코 개발돼 병사에게 방아쇠를 당길 날도 머지않았음에 틀림없다.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