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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철과 신념
원가절감과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목표를 달성한다 본문
식품업계 큰형들, 악조건 속 실적 '선방' 비결은
한전진 입력 2022. 08. 18. 07:20 댓글 1개
해외 수출·리오프닝 효과가 여파 상쇄
하반기 관건..경기 침체 등 '변수' 여전
주요 식품업체가 원재료 가격 급등 한파 속에서도 지난 2분기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오뚜기, 대상, 동원F&B 등 주요 업체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식품업계는 여러 악재 속에 저조한 실적이 예상됐다.
하지만 외식 수요 증가 등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에 그 여파는 제한적이었다. 해외 진출, 포트폴리오 다변화, 원가 절감 등 업계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관건은 하반기다. 앞으로 실적 회복세가 더욱 힘을 받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곡물류 등 원재료 가격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어서다. 유가도 점차 떨어지는 추세다. 가격 인상에 따른 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변수도 여전하다. 고환율에 수입 물가가 여전히 높다. 고금리 고물가에 따른 경기 침체의 공포도 커지고 있다. 원재료 가격 안정세가 언제 시장에 반영될지도 미지수다.
제각각의 방법으로 '선방'
오뚜기는 원가 절감과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호실적을 거뒀다.
오뚜기의 지난 2분기 매출은 연결기준 7893억원, 영업이익은 477억원이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8%. 32% 증가한 수치다.
오뚜기는 라면 외에도 유지류와 간편식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라면 사업에서 커진 원재료 부담을 다른 사업에서 상쇄시키는 효과를 봤다. 이외에도 설비 자동화, 원료·포장재 원가 절감, 유틸리티 비용 절감 등 효율화를 위한 작업도 호실적을 견인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대상은 수출 호조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대상은 지난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263억원, 영업이익 486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3.4%, 6.8% 증가했다. 글로벌 K-푸드 인기 속 김치, 김, 떡볶이 등 식품 수출이 늘어난 데 힘입었다. 이외에도 즉석편의식, 신선식품류의 판매가 증가했다. 라이신 시장 호황에 따른 매출 성장도 있었다.
다만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6% 감소했다. 대상 측은 원부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동원F&B는 외식 수요 회복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선방' 했다는 평가다.
동원F&B의 지난 2분기 매출은 96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24억원으로 7% 증가했다.
외식 시장이 회복하며 식당에서 축육 수요가 늘었다.
특히 B2B(기업 간 거래) 식자재 부문이 성장했다. 다만 참치, 돈육 등 원재료·물류비가 상승해 증가폭이 적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반기에는 '볕' 들까
상반기만 놓고 보면 식품 3인방이 제각각의 방법으로 어려운 시기를 잘 넘겼다는 평가다.
일단 눈앞의 폭풍우는 지나간 셈이다. 하반기는 먹구름이 예상됐지만 희망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원재료비 부담이 줄어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급등했던 국제 곡물 가격은 최근 안정세를 찾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식량가격 지수는 전월 대비 8.6% 하락한 140.9 포인트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전보다도 더 낮은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 사진=이명근 기자하반기 가격 인상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앞서 오뚜기와 동원F&B는 일부 제품의 가격을 한차례 인상했다.
가격 인상 효과는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최소 3달 이상이 걸린다. 하반기에 그 효과가 극대화될 가능성이 높다.
추가 가격 인상 카드도 남아있다. 업계 입장에서는 원재료 가격이 정점인 지금이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마지막 타이밍이다.
앞으로 시간이 더 지난다면 명분을 잃게 된다. 업계는 이 시기를 십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도 실적 회복을 점치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식품업체들의 원가 부담 증가는 연말까지 불가피해 보인다"면서도 "곡물 안정세가 예상보다 빨라진다면 빠르게 판매가를 올렸던 업체들의 마진폭 개선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수익성 위주로 경영 전략을 펼쳤던 식품업체들은 가격 인상으로 안정적 이익 창출이 기대된다"며 "브랜드 파워가 강력한 업체들에게는 하반기가 실적 개선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 공포…변수 '가득'
물론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원재료 가격이 안정세를 찾고 있지만 시장 반영 시기는 여전히 미지수다.
미중 갈등 격화 등 다른 글로벌 리스크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고환율이 가장 큰 문제다.
고환율에 원재료 가격 인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수입 물가가 높아져서다. 17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09원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인플레이션 등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고환율 현장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식품 업체에겐 치명적이다.
/ 사진=이명근 기자무엇보다 식품업계에도 경기 침체 공포가 불고 있다.
고물가·고금리로 불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황과 저성장이 지속되면 소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저렴한 상품을 중심으로 돈을 쓰는 불황형 소비 형태가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이는 식품업계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외식 등 수요가 줄어 전체적인 '파이'가 줄어들 수 있다. 수요 감소와 원가 폭등이라는 이중고가 닥칠 가능성도 아직 열려 있다.
가격 인상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수 있다. 이미 한차례의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 저항감이 거세다.
집권 초기인 정부의 눈치도 봐야 한다. 물가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6.3%였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여기에 추석까지 다가오면서 업계의 부담은 더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을 올렸다간 소비자 신뢰마저 깎일 수 있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 추세대로 원재료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한다면 3·4분기에는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가격 인상 효과와 더불어 더 큰 폭의 실적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차례 고비는 넘겼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고환율 등 대외 변수가 큰 상황"이라며 "수출 등 사업 다각화 노력을 통해 상황을 극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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