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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가족을 위한 시간

신오덕 2005. 5. 10. 08:32

매경춘추] 가족을 위한 시간
최근 수주일 동안 퇴근이
 
너무 늦었다.

아직 아이들이 어린 탓에
 
되도록 저녁 약속은 일주일
 
에 세 번 이상을 넘지 않도록
 
조절하려 하지만 불가피하게 스케 줄이
 
겹칠 때가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주는 중학교 다니는
 
큰딸 아이 중간고사 기간이었다.

농담 같 지만 요즘 아이들 시험기간
 
에는 엄마들이 아이들 공부도와주랴,
 
학원에서 픽 업해주랴, 밥 할 여유가
 
없어 아파트 문 앞에 시켜 먹은
 
빈그릇이 쌓여 있는 집이 적지 않다고 한다.

시험공부를 도와주기는커녕 그저 어쩌다
 
일찍 퇴근하면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
 
이라도 받은 것처럼 팔짝 뛰며 행복해
 
하고, 출근하는 엄마에게 "오늘은 일찍 와?"
 
가 인사말이 되어 버린 내 아이들을 생각
 
하면 마음이 짠하다.

 

 



얼마 전 큰딸 아이 학교에서 부모들을 초대해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가 있었다.

조금 있으니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느 가정인 들 힘든 사연이 없으랴.
 

서로 사랑하는 마음은 표현하지도 못한 채

 

상처주는 일을 오죽 반복했으랴.

 

 

내 딸아이는 워낙 씩씩하게 사는 아이라

 

큰 불만은 없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막상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엄마가

 

집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끝을

 

흐리는 대답에는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어렸을 때는 유난히 예민하고 낯을 가려

 

출근하는 내 옷자락을 붙들고 자주

 

울 곤 했고, 며칠 출장이라도 가려면

 

정류장까지 따라 나와 아쉬움에 눈물

 

바람을 하여 내 발걸음을 무겁게 했던

 

아이였다.

그랬던 아이가 크면서 밝고 독립적인

 

성격으로 변하여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아직까지도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반겨

 

줄 수 있는 엄마의 존재가 그리

 

아쉬웠다니….

 

 

첫째와 나이차가 있는 둘째 아 들도

 

표현만 안 할 뿐이지 엄마가 곁에 없어

 

허전한 시간이 꽤 있겠구나 싶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엄마 마음은 항상

 

함께 있음을 말해주고 싶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집에 들어오면

 

가슴에 코를 킁킁 파묻으며 "엄마 냄새

 

너무 좋아" 하는 내 강아지들 때문에

 

너무 행복하다는 것을. 외국출장에서

 

난기류로 비행 기가 마구 흔들릴 때도,

 

건강검진에서 의심스러운 소견이

 

발견되어 정밀검사를 받을 때도

 

아직 어린 너희들 때문에 죽음이

 

너무 두렵다는 것을.

 

일을 핑계로 이렇듯 소중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이상 나중으로

 

미루지 말아야겠다.


행복한 가정을 위해 쓰는 시간과

 

노력이야말로 가장 내 자신을 위 한 것이다.

[ 자료 : 매일경제 2005. 5. 8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