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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영국신사 한국신사

신오덕 2005. 7. 7. 12:25

 

영국신사  한국신사

 

 

                                                                                   글/Chris

                                                                              2004년8월4일

                                                

 

영국신사..  어렸을적에는 짙은색 양복과 영국식 중절모에 긴 우산을 들고 있는 모습을 생각했고,  중학교 때인가부터는 무성영화의 찰리 채플린을 영국신사로 생각하곤 했는데 아마 한국 TV에서 "Sing in the Rain"이라는 노래와 함께 폴짝 폴짝 뛰는 찰리 채플린을 많이 봐서 그런 것 같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영국이란 나라는 어렸을 적 세계사 시간에 외웠던 몇가지를 제외 하고는 별로 기억나는 게 없었다. 미국이란 나라의 힘깨나 쓰는 학자들 이름은 알아도 영국은 머 별로 아는게 없었다. 더구나 직장생활 초년병 시절 첫 해외지사 경험을 미국이란 나라에서 했으니, 외국 하면 미국이 전부인지 알고 있었지. 그 이후 본사근무를 거쳐 영국으로 발령 받으면서 영국이란 나라를 알게 되었다. 사실 영국에 오기 전에는 미국이나 영국이나 그넘이 그넘일 거란 생각만 하고 있는데 주위사람들은 영국으로 발령 났으니 좋겠다고 한다. 여왕이 있기 때문에 그렇고 거기 있다가 오면 영국신사 되서 올거 아니냐고 그러더라.

 

 

 

그렇게 영국에서 근무를 하게된게 벌써 8년하고도 한 달째다, 참 세월 빠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달 한국출장 길엔 그 동안 못 보던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나게 됐다. 모임일정이 잡히고 나니까 여자동창의 첫마디가 '영국신사 보러 가야징" 이였다. 구여운 동창들 ㅋㅋㅋ. 만나자 말자 빽 투 더 옛날 사십이 넘은 아줌마들인데도 귀여운건 아마 초등학교 동창들이기 때문인 것 같다. ㅎㅎ.  1년에 한번 정도 가는 한국출장이라 일도 몰아서 해야 하고(하루에 회사 세 군데를 방문한 날도 있음) 저녁마다 일정이 빡빡하게, 어떤 날은 겹치기 출연까지 해가면서 반가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돌아왔다. 만나고 싶은 사람은 많고 시간은 정해져 있고, 정겨운 사람들 앞에선 술도 잘 넘어가고 그러다 보니 몸은 피곤과 술에 지치게 된다.

 

 

 

휴 우~ 열흘간의 출장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탑승하는데 여 승무원이 "어서 오십시요" 기계적인 말이 나온다. 습관적으로 " 예, 수고하십니다" 하고 타는데 승무원의 반응이 어색하다. 음~ 쫌 이상한데?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내 차리를 찾아간다. 직업상 비행기 타는 일이 많으니 그때마다 기분도 틀려지고 부담있는 여행도 있지만 승무원들로부터는 특별히 나쁜 반응을 받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했다. 미국도 마찬가지 이지만 유럽은 말을 하거나 할때 상대방의 눈을 쳐다 봐주는 것이 예의다.

그런데 오늘은 느낌이 다르다. 그냥 자리에 앉아 잊기로 한다. 그 승무원이 신참일거야 하고서도 왠지 느낌이 좋다고 말할 수 없었다. 피곤한 몸을 좌석에 묻고 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 10시간 50분을 지나왔다. 지루한 시간이 지나고 공항 도착 "안녕히 가세요" 다시 기계적인 인사 "예 수고하셨습니다" 또다시 뜨악한 눈길 "이것 참 이상하네" 이번 비행기는 좋은 경험이 아니다 생각하며 걸어 나와 입국심사, "헬로우" 한마디를 건네며 이민국직원의 눈을 마주친다. 그쪽도 헬로우 하며 일상적인걸 묻고는 지나치고 주차장행 셔틀버스를 타며 "장기 주차장 가죠?"  "네 선생님,  꽤 덥네요 오늘" "네 그렇네요 휴가가긴 좋은날씨에요" 웃음섞인 대화 그리곤 "내가 내릴 주차구역에서 "고맙습니다" "별 말씀을요, 조심운전 하세요" 흠 지극히 정상이다. 집으로 운전하고 오며 그냥 잊자고 생각한다. 승무원들이 불친절했거나 아니면 내가 1년에 한두번정도 타는 한국항공기라 그런 느낌이었을 거라고

 

 

 

집에 돌아와 샤워부터 하려고 거울 앞에서 옷을 벗으려다가, 아! 내가 한국에서 편하게 입던 차림으로 여기까지 왔네!!  아 !!! 그랬었구나 대한항공 여 승무원의 눈빛이..

계속되는 빠듯한 일정 속에 지쳐서 처갓집에서 마지막 밤을 지내고 나오며 입고 있던 캐주얼차림으로 온 것이었다. 그렇다고 뭐 비행기를 못 탈만한 옷차림이란 것은 아니고, 한국에서처럼 긴장한 상태의 옷이 아니었다.

 

장거리 노선이니 캐주얼로 타더라도 좋은데, 거 명품은 아니더라도 (절대 명품 살만한 돈도 없고 아까워서도 안 삼) 좀 갖춰서 입어야 하는게 한국식인데 외국에 몇 년 살았다고 풀어져 있었던 모양이다. 아~ 하~ 그래서 승무원의 반응이 그랬구나. 이유를 알고 나니 좀 아쉽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다. 아무리 내가 화려한 캐주얼복장이 아니었더라도 가는 말을 그렇게 부드럽게 했으면 반이라도 돌려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승무원에 대한 아쉬움 그리곤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시원함이 있었다.

영국에서는 여행 다닐 때 대부분 캐주얼을 입는데 한국식 명품(?)을 입어도 좋지만, 깨끗하게 세탁하고 다림질만 잘 해 입으면 특별한 문제가 없다. 사람이 입고 있는 옷에 의해 대우 받는 것이 아니라, 행동과 사용하는 말에 따라 대우 받게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최고급 명품으로 중무장(?)을 하더라도 말투(영어에도 다른 종류의 말이 존재한다)와 행동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존중 받을 수 없으며, 반대로 평범한 옷차림이라도 정중한 몸가짐과 고급영어를 사용한다면 상대방으로부터도 깍듯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입고 있는 옷의 값에 의해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행동과 말에 의해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머리부터 발까지 명품이란 걸로 갖추는데 천만 원 정도가 든다는 신문기사를 본적이 있다.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하면서 까지 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런 옷차림이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사회로 변해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한다. 남들이 한번씩 뒤돌아 보고 갈 정도의 옷을 입으면 모두들 날 부러워 한다는 느낌에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을까?

나는 옷 입을 줄 아는 사람, 멋있는 사람, 세련된 사람 이라는 말 보다는 사람의 향기가 난다는 말을 더 듣고 싶다. 그냥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 같이 털털하고 편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믿을 수 있고 대화할 수 있는 그리고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옛날 분들이 영국신사라고 했던 것이 꼭 영국사람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 생각과 행동에 여유와 부드러움이 있는 사람을 말한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때 승무원에게 받았던 느낌은 아마도 내가 너무 피곤해서 잘못 보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적 항공기가 아니던가, 전문적인 친절교육을 받는 승무원들이 아니던가.. 그때의 그 승무원이 오늘도 런던행 비행기에서 따뜻한 친절을 나눠주고 있을 것을 믿는다. 나는 또 그 승무원으로 인해 이렇게 영국과 한국 관습의 차이를 생각해 보게 되었고, 그 옛날 들었던 영국신사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도 해보는 기회를 갖게 됐다.

한국의 신사란 무엇일까? 각자 한번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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