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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축구

신오덕 2006. 6. 8. 20:26

 

 

 

[만물상] 즐기는 축구

 


1967년 나이지
 
리아 비아프라
 
지역이 독립을
 
선언하면서 터
 
진 내전에서
 
200만명이 학살
 
당하고 굶어죽었다.
 
 
3년을 끈 비아프라 내전이 딱 사흘
 
그친 적이 있다.
 
양측은 1969년 1월 휴전 사흘 동
 
안 전투를 벌이는 병사를 총살하겠
 
다고 공포했다.
 
 
브라질팀을 이끌고 온 펠레의 경기
 
를 보기 위해서였다.
 
 
정부군은 펠레를 전투 접경지로 에
 
스코트해 다리 중간에서 반군들과
 
만나게 해줬다.
 
 
축구경기가 끝나자 살육전은 다시
 
시작됐다.

 

 

▶“우리 고장 팀이 이긴 날 사랑을

 

고백하면 뜻을 이룬다.

 

 

진 날 구애하면 따귀를 맞는다.”

 

 

축구에 울고 웃는 이탈리아 사람들

 

은 프로리그의 승패를 일상의 길흉

 

으로 여긴다.

 

 

브라질에선 승리한 도시의 이튿날

 

공장 생산율이 12.3% 늘고, 패하

 

면 사고율이 15.5% 증가한다는 통

 

계가 있다.

 

 

잉글랜드가 1966년 월드컵에서 우

 

승하자 이민 떠나는 사람이 급감하

 

더니 4년 뒤 4강에도 들지 못하자

 

이민자가 급증했다고 한다.

 

 

 

▶세상이 어수선할수록 축구도 거

 

칠어진다고 한다.

 

 

2차대전 직전인 1938년 월드컵에

 

선 한 경기당 평균 4.67골이 터졌

 

다.

 

 

한국전과 경제불안이 겹친 1954년

 

엔 5.38골까지 치솟았다.

 

 

평화가 정착된 60년대 이후엔 평균

 

3골을 넘지 않았고 80년대부터는

 

2골에서 맴돌고 있다.

 

 

사회가 평화롭고 안정되면 안전한

 

수비축구가 득세하고, 전쟁과 불황

 

이 닥치면 사람들도 투쟁적·모험적

 

으로 바뀌어 공격축구가 성하다는

 

이론의 근거다.

 

 

▶‘미친 서포터가 돼 보지 않고 사

 

랑이 무언지 어찌 알겠니…

 

 

추가시간에 경기를 져보지 않고 눈

 

물이 무언지 어찌 알겠니’(월터 사

 

아베드라·절대로).

 

 

사람들은 오늘 왜 축구에 열광하는

 

가.

 

 

삶이 너무 뻔하고 예의 바르고 안

 

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불확실성, 위

 

기, 위험 같은 것을 먹고살기 원한

 

다.

 

 

그 갈망을 축구장의 질풍노도가 대

 

신 채워준다.

 

 

영웅이 사라진 시대, 축구라는 현

 

대의 이교(異敎)는 선수들에게 신

 

을 닮은 영웅의 서사를 원한다.

 

 

 

▶내일 새벽 1시 월드컵이 개막한

 

다.

 

 

월드컵에 관한 한 한국사회는 전폭

 

지지라는 완벽한 합의를 이룬 것

 

같다.

 

 

마치 국운이라도 걸린 듯하다.

 

 

축구는 그러나 즐기는 것이다.

 

축구가 펼쳐내는 드라마와 경기의

 

아름다움에 빠져보자.

 

 

모든 것 다 걸듯 하지 말고 한바탕

 

난장 축제의 생명력을 누려보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축구를 사

 

랑하는 것이다.” 펠레의 말이다.

 
 
오태진 수석논설위원
 
 
 
 
입력 : 2006.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