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 봉송은 아른다운 사람이 실천한다

‘성화의 수난’ 샌프란시스코 봉송 또 파행

문화일보 | 기사입력 2008.04.10 14:31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9일 베이징(北京) 올림픽 성화 봉송행사가 구간축소, 봉송경로 긴급변경 등 파행 속에 치러졌다.

로이터,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시 당국은 이날 행사 시작 전 성화봉송로를 당초 예정된 6마일(9.6㎞)에서 절반인 3.5마일(5.6㎞)로 줄였다. 첫 번째 봉송 주자가 두 번째 주자에게 성화를 건네기 전 성화가 사라져 행사를 지켜보기 위해 나온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하는 일도 벌어졌다. 첫 번째 봉송 주자와 호위대는 예정된 샌프란시스코 부두길을 지나기 전 갑작스럽게 구간을 바꿔 큰 선착장 창고로 들어가 시야에서 사라졌고, 1시간 뒤 2마일 떨어진 거리에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로이터 통신은 "해안 경비정과 제트스키들이 분주하게 움직인 것을 볼 때 성화가 배로 옮겨져 이동한 듯하다"고 전했다. 또 "베이징 성화의 '화합의 여정'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성화가 사라지는 미스터리를 남겼다"고 꼬집었다. 샌프란시스코 개빈 뉴섬 시장은 "시위대를 피하기 위해 봉송구간을 마지막 순간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봉송 주자 2명이 신변안전을 우려해 막판 포기하는 상황이 빚어졌고, 시당국 주최로 열릴 예정이었던 봉송행사 폐막 행사도 취소됐다.

중국계 미국인이 다수 거주하는 샌프란시스코 봉송 행사에는 티베트 사태와 관련, 중국지지파와 반대파 수천명이 운집해 긴장이 고조됐다.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을 비롯한 수백명의 경찰이 출동해 삼엄한 경비를 펼치기도 했다. 경찰과의 숨바꼭질 끝에 뒤늦게 봉송로를 알아낸 시위대가 몇 차례 성화에 접근을 시도했으나, 이를 탈취하는데는 실패했다.

한편 영국총리실은 고든 브라운총리가 오는 8월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9일 발표했다. 대변인은 브라운 총리가 폐막식에는 참석할 것으로 밝혔다. 티베트 분리독립 요구 시위가 발생했던 간쑤(甘肅)성 남부 간난 티베트자치주에서는 이날 티베트인 승려 30여명이 중국 외교부가 조직한 외신 기자단 앞에서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는 기습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