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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철과 신념
기회는 계속 주어지니 먼저 준비하라 본문
車에 필이 꽂힌 두 高卒의 ‘학력 반란’
기사입력 2014-06-20 03:00:00 기사수정 2014-06-20 08:19:18
KCC오토 상무와 신입사원… 멘토와 멘티로 의기투합
지난달 22일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 메르세데스벤츠 강서목동서비스센터 2층 회의실. 정송환 KCC오토그룹 서비스총괄 상무(51)가 신입사원 송오준 씨(23)에게 진지한 얼굴로 조언했다. 정 상무는 KCC오토에서 벤츠, 랜드로버, 재규어, 인피니티 등 7개 수입차 브랜드의 서비스를 총괄한다. 그의 지휘를 받는 이들이 250여 명이나 된다. 고졸 출신인 정 상무는 대학 졸업장 대신 취업을 택한 송 씨의 ‘롤 모델’이다.
○ 탄광 기술자에서 최고의 수입차 전문가로
1982년 강원 태백시의 한 탄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한석탄공사에 갓 입사한 청년은 수직 갱도를 따라 수백 m 들어간 곳에서 일했다. 기계를 돌려 물을 퍼내고, 공기를 순환시키는 일이었다. 속옷 차림으로 일하며 대소변도 갱도에서 해결했다.
점심시간 맑은 공기를 쐬러 나왔을 때 음악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매몰사고가 났다는 뜻이다. 한 달에 서너 번은 음악이 나오지 않았고 그때마다 식당에는 침묵만 가득했다. 청년은 침묵 속에서 언젠가 꼭 이곳을 빠져나가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강원 양양 산간지역 가난한 농부의 둘째 아들이었다. 중학교 때 성적은 좋았지만 수업료가 면제되는 태백기계공고에 진학했고, 졸업 후 당연한 것처럼 광산에 들어갔다.
광산에서 6년 동안 일한 뒤 무작정 상경했다. 복사기와 팩시밀리를 파는 영업사원이 됐다가 ‘앞으로 자동차 관련 일이 유망하겠다’는 생각에 타이어 영업으로 방향을 틀었고 그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독학으로 공부하며 치열하게 영업한 끝에 소속 대리점을 전국 1위로 만들었다. 6개월 만에 매출을 3배로 올려 대리점 주인이 지인에게 가게를 넘길 때 그가 1년 동안 남아야 한다는 조건을 붙일 정도였다. 급여도 치솟았다.
그 청년이 지금의 정 상무다. 오전 3시부터 운전을 해서 전국의 카센터를 돌아다니던 치열한 시간들이 그를 만들었다. 카센터 컨설팅을 맡았을 때는 손을 대는 점포마다 3개월 만에 매출이 2배로 올라 ‘미다스의 손’으로도 불렸다. 정 상무는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내 최초 정비업소인 킴스클럽 미금점 자동차센터 책임자, 동부화재 프로미월드 주관 본부장 등을 지내며 쌓은 네트워크와 전문성으로 그는 수입차 업계의 ‘고졸 신화’가 됐다. 국내 최초의 전국 순회점검 서비스 등 그가 채택한 서비스 정책은 수입차 업계에서 늘 화제가 됐다.
○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벤츠 정비사
송 씨는 3세 때 암으로 아버지를 잃고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을 고려해 광운전자공고에 진학했다. 3학년 때 학생회장을 맡을 정도로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전공인 로봇보다는 자동차에 더 빠져들었다. 그는 “최첨단 전자기술이 자동차에 들어가는 걸 보면서 자동차도 하나의 로봇이라는 생각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졸업 후 전문대 로봇 관련 학과에 진학했지만 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더 커졌고, 결국 직업전문학교인 SK 해피카스쿨에서 자동차 정비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매일 수업을 마치고 오후 10시까지 1년간 정비를 배웠다. 송 씨는 “몸은 힘들었지만 즐거웠고 이게 내 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자동차정비기능사 자격증도 땄다.
휴학하고 입대한 후에도 자동차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땄고, 휴가 나올 때마다 해피카스쿨 실습에서 자신을 가르쳤던 직원을 찾아가 최신 정비 트렌드를 익혔다. 제대한 뒤에는 복학 대신 취업을 선택했고 올 2월 KCC오토 벤츠서비스센터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
벤츠는 그의 오랜 동경 대상이었다. 송 씨는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고 벤츠는 세계 최초로 에어백을 장착한 안전과 신뢰의 대명사”라며 “처음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귀를 의심했다”고 말했다. 첫 월급을 받고 나서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어머니와 데이트를 했다. 남편의 투병 생활로 큰 빚을 진 뒤에도 좌절하지 않고 꽃집을 하면서 아들을 키운 어머니였다.
정 상무는 면접을 보면서 송 씨를 처음 만났다. 정 상무는 “반듯하고 다부진 인상이 기억에 남았다”고 돌이켰다. 전문대를 졸업한 지원자가 대부분인 가운데 고졸이라는 점도 눈에 띄었다.
입사 후에는 접수 안내를 맡겼다. 정비를 하기 전에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들어야 한다는 취지에서였다. 송 씨는 “처음엔 넥타이를 매고 와이셔츠를 입는 것이 어색했지만 지금은 고객을 대하는 것이 조금은 자연스러워졌다”며 웃었다. 정 상무는 그런 그를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정 상무는 조만간 송 씨를 정비 파트로 보내 본격적인 실무에 투입할 계획이다. 정 상무는 “정비책임자가 되려면 리더십도 있어야 하고 문서 작성 능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나는 대학을 안 나온 만큼 더 치열하게 노력했다. 기회는 계속 주어지니 항상 준비하고 공부하라”며 어깨를 두드렸다.
정송환 KCC오토그룹 서비스총괄 상무(왼쪽)와 이 회사의 신입사원 송오준 씨가 지난달 22일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 메르세데스벤츠 강서목동서비스센터에서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기술만 좋다고 좋은 정비사가 되는 건 아니야.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것이 더 중요하지.”지난달 22일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 메르세데스벤츠 강서목동서비스센터 2층 회의실. 정송환 KCC오토그룹 서비스총괄 상무(51)가 신입사원 송오준 씨(23)에게 진지한 얼굴로 조언했다. 정 상무는 KCC오토에서 벤츠, 랜드로버, 재규어, 인피니티 등 7개 수입차 브랜드의 서비스를 총괄한다. 그의 지휘를 받는 이들이 250여 명이나 된다. 고졸 출신인 정 상무는 대학 졸업장 대신 취업을 택한 송 씨의 ‘롤 모델’이다.
○ 탄광 기술자에서 최고의 수입차 전문가로
1982년 강원 태백시의 한 탄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한석탄공사에 갓 입사한 청년은 수직 갱도를 따라 수백 m 들어간 곳에서 일했다. 기계를 돌려 물을 퍼내고, 공기를 순환시키는 일이었다. 속옷 차림으로 일하며 대소변도 갱도에서 해결했다.
점심시간 맑은 공기를 쐬러 나왔을 때 음악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매몰사고가 났다는 뜻이다. 한 달에 서너 번은 음악이 나오지 않았고 그때마다 식당에는 침묵만 가득했다. 청년은 침묵 속에서 언젠가 꼭 이곳을 빠져나가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강원 양양 산간지역 가난한 농부의 둘째 아들이었다. 중학교 때 성적은 좋았지만 수업료가 면제되는 태백기계공고에 진학했고, 졸업 후 당연한 것처럼 광산에 들어갔다.
광산에서 6년 동안 일한 뒤 무작정 상경했다. 복사기와 팩시밀리를 파는 영업사원이 됐다가 ‘앞으로 자동차 관련 일이 유망하겠다’는 생각에 타이어 영업으로 방향을 틀었고 그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독학으로 공부하며 치열하게 영업한 끝에 소속 대리점을 전국 1위로 만들었다. 6개월 만에 매출을 3배로 올려 대리점 주인이 지인에게 가게를 넘길 때 그가 1년 동안 남아야 한다는 조건을 붙일 정도였다. 급여도 치솟았다.
그 청년이 지금의 정 상무다. 오전 3시부터 운전을 해서 전국의 카센터를 돌아다니던 치열한 시간들이 그를 만들었다. 카센터 컨설팅을 맡았을 때는 손을 대는 점포마다 3개월 만에 매출이 2배로 올라 ‘미다스의 손’으로도 불렸다. 정 상무는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내 최초 정비업소인 킴스클럽 미금점 자동차센터 책임자, 동부화재 프로미월드 주관 본부장 등을 지내며 쌓은 네트워크와 전문성으로 그는 수입차 업계의 ‘고졸 신화’가 됐다. 국내 최초의 전국 순회점검 서비스 등 그가 채택한 서비스 정책은 수입차 업계에서 늘 화제가 됐다.
○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벤츠 정비사
송 씨는 3세 때 암으로 아버지를 잃고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을 고려해 광운전자공고에 진학했다. 3학년 때 학생회장을 맡을 정도로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전공인 로봇보다는 자동차에 더 빠져들었다. 그는 “최첨단 전자기술이 자동차에 들어가는 걸 보면서 자동차도 하나의 로봇이라는 생각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졸업 후 전문대 로봇 관련 학과에 진학했지만 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더 커졌고, 결국 직업전문학교인 SK 해피카스쿨에서 자동차 정비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매일 수업을 마치고 오후 10시까지 1년간 정비를 배웠다. 송 씨는 “몸은 힘들었지만 즐거웠고 이게 내 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자동차정비기능사 자격증도 땄다.
휴학하고 입대한 후에도 자동차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땄고, 휴가 나올 때마다 해피카스쿨 실습에서 자신을 가르쳤던 직원을 찾아가 최신 정비 트렌드를 익혔다. 제대한 뒤에는 복학 대신 취업을 선택했고 올 2월 KCC오토 벤츠서비스센터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
벤츠는 그의 오랜 동경 대상이었다. 송 씨는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고 벤츠는 세계 최초로 에어백을 장착한 안전과 신뢰의 대명사”라며 “처음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귀를 의심했다”고 말했다. 첫 월급을 받고 나서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어머니와 데이트를 했다. 남편의 투병 생활로 큰 빚을 진 뒤에도 좌절하지 않고 꽃집을 하면서 아들을 키운 어머니였다.
정 상무는 면접을 보면서 송 씨를 처음 만났다. 정 상무는 “반듯하고 다부진 인상이 기억에 남았다”고 돌이켰다. 전문대를 졸업한 지원자가 대부분인 가운데 고졸이라는 점도 눈에 띄었다.
정 상무는 조만간 송 씨를 정비 파트로 보내 본격적인 실무에 투입할 계획이다. 정 상무는 “정비책임자가 되려면 리더십도 있어야 하고 문서 작성 능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나는 대학을 안 나온 만큼 더 치열하게 노력했다. 기회는 계속 주어지니 항상 준비하고 공부하라”며 어깨를 두드렸다.
직장인 10명 中 4명, 취업 시 전공 포기
기사입력 2014-06-23 14:56:00 기사수정 2014-06-23 14:56:00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자신의 전공과 관계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대표 이정근)이 최근 최종학력이 대졸 이상인 직장인 2515명에게 '귀하의 현재 업무는 전공과 관계 있습니까?'라고 질문한 결과 전체 응답자 가운데 36.1%가 "관계 없다"라고 답했다.
전공 계열별로 보면 '인문계열'이 55.2%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교육계열(47.1%) ▲예체능계열(44.8%) ▲사회계열(43.4%) ▲자연계열(37.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전공과 관계없이 취업한 이유에 대해 "전공 관련 채용이 너무 없다"는 응답이 3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전공이 적성과 맞지 않아서(24.5%) ▲연봉 등 다른 조건이 더 중요해서(19.7%) ▲심도 있는 전공 지식을 갖추지 못해서(17.9%) ▲전공과 직무는 별개라고 생각해서(14.8%) 등이 뒤를 이었다.
또 연령별로 보면 ▲20대(37.9%) ▲30대(35.7%) ▲40대(34.7%) ▲50대 이상(28.5%) 순으로 조사됐다.
한편 전공과 관계 있는 직장에 취직한 직장인(1608명)들의 경우 72.5%가 "전공지식으로 실제 업무에 도움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대표 이정근)이 최근 최종학력이 대졸 이상인 직장인 2515명에게 '귀하의 현재 업무는 전공과 관계 있습니까?'라고 질문한 결과 전체 응답자 가운데 36.1%가 "관계 없다"라고 답했다.
전공 계열별로 보면 '인문계열'이 55.2%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교육계열(47.1%) ▲예체능계열(44.8%) ▲사회계열(43.4%) ▲자연계열(37.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전공과 관계없이 취업한 이유에 대해 "전공 관련 채용이 너무 없다"는 응답이 3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전공이 적성과 맞지 않아서(24.5%) ▲연봉 등 다른 조건이 더 중요해서(19.7%) ▲심도 있는 전공 지식을 갖추지 못해서(17.9%) ▲전공과 직무는 별개라고 생각해서(14.8%) 등이 뒤를 이었다.
또 연령별로 보면 ▲20대(37.9%) ▲30대(35.7%) ▲40대(34.7%) ▲50대 이상(28.5%) 순으로 조사됐다.
한편 전공과 관계 있는 직장에 취직한 직장인(1608명)들의 경우 72.5%가 "전공지식으로 실제 업무에 도움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사람인 임민욱 팀장은 "적성보다는 점수에 맞춰 대학에 진학하는 세태와 심각한 취업난이 맞물려 전공을 포기하고 취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급한 마음에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취업할 경우,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만큼 충분히 고민을 한 후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급한 마음에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취업할 경우,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만큼 충분히 고민을 한 후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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