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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 약점을 극복하라

신오덕 2014. 6. 20. 11:03

 

하늘마저 버린 일본…발가벗겨진 스시타카 한계

 

하필이면 2경기 모두 악천후로 체력적 문제 발생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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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은 뛰어나고 피지컬은 약한 가가와 신지는 한계 뚜렷한 일본 축구의 대표적 아이콘이다. ⓒ 게티이미지


연이은 졸전으로 4강은커녕 16강 진출마저 장담할 수 없게 된 일본이다.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이끄는 일본 축구대표팀이 20일(이하 한국시각), 브라질 아레나 다스 두나스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그리스와의 C조 조별리그 2차전서 0-0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이로써 일본과 그리스는 사이좋게 승점1씩 나눠가지며 조별리그 전적 1무 1패로 3~4위에 위치했다. 특히 일본 입장에서는 마지막 경기가 C조 최강자 콜롬비아이기 때문에 암담한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전반 38분 그리수 주장 콘스탄티노스 카추라니스의 경고 누적 퇴장, 볼 점유율 74%-26%, 90%의 팀 패스성공률, 그리고 18개의 슈팅(그리스 9개)까지 완벽한 우위를 점한 일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0-0 스코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일단 일본 입장에서는 2경기 연속 경기 외적으로 상당히 억울할만한 상황이 발생했다. 코트디부아르와의 1차전에서는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진행됐고, 이번 그리스전도 경기 전 세찬 비가 내려 습도가 무려 65%에 이르렀다. 또한 밤 경기였음에도 기온이 섭씨 29도를 유지해 말 그대로 찜통 속에서 경기를 치른 일본이다. 이는 불쾌지수가 79에 이르는 대단히 좋지 않은 여건이다.

물론 축구는 날씨 등 환경적인 요인에 지장 받지 않고 진행되는 대표적인 스포츠다. 비가 오거나 덥거나 춥거나, 양 팀 모두 똑같은 상황에서 볼을 차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난 2경기 동안의 날씨는 분명 일본에게 상당히 안 좋은 영향을 미쳤다.

일본은 일명 ‘스시타카’로 불리는 패스플레이를 근간으로 삼는 팀이다. 원조 격인 ‘티키타카’의 스페인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전 세계 어느 팀을 만나더라도 점유율의 우위를 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노력은 월드컵 전 치른 평가전을 통해 성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막상 월드컵이 열리자 하늘이 도와주지 않고 있다. 일본의 스시타카가 날씨에 영향을 받는 이유는 짧은 패스워크와 체력적인 면에서 상당한 지장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트디부아르전과 같이 비가 내리면 일본식 짧은 패스는 독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라운드가 젖어있기 때문에 패스가 가다가 멈추는 현상이 발생하며 보다 많은 패스를 주고받느라 힘이 들기 마련이다. 때문에 비가 내리면 짧은 패스보다 긴 패스가 훨씬 유리하다. 물론 일본은 그들의 스타일을 고수했다.

무엇보다 일본은 뛰어난 기술에 비해 피지컬이 떨어진다는 선천적 약점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거듭된 기상 악화에 체력이 바닥난 일본은 1~2차전 모두 후반 들어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플랜 B를 마련하지 않은 자케로니 감독도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실 자케로니 감독은 지난 4년간 일본 축구의 수준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명장의 지도 아래 선수들의 조직력은 결속을 이뤘고, 특히 전술적인 면에서 완성도를 높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탈리아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아지지 않는 수비와 공격이 막혔을 때를 대비한 2차 전술의 부재는 이미 일본 내에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받았던 부분이다.

일본은 잘 싸웠다. 남은 콜롬비아전에서도 일본의 스시타카는 볼 소유권을 움켜쥔 채 예상을 뛰어넘는 선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선수들과 일본 축구팬들은 극복하기 어려운 태생적 한계를 체험했다. 고작 2경기 만에 일본식 스시타카가 발가벗겨진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