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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 개선은 부채 상환에 있다

신오덕 2014. 12. 12. 11:48

‘아슬아슬’ 가계빚 1060兆

신민기 기자 , 유재동기자 , 정임수기자

 

입력 2014-12-12 03:00:00 수정 2014-12-12 07:33:35

[국가대혁신 ‘골든타임’ 2부]<6>빚에 짓눌린 한국… 실태와 해법은
제2금융권 대출 관리 나선 정부… 경기활성화 딜레마




정부가 상호금융권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금융권 대출 관리에 나서면서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인 가계부채 급증세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정부는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가계부채 증가를 어느 정도 용인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했다. 8월, 10월 두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와 8월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 완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106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향후 소비를 제약하고 이를 넘어 경제 전반에 심각한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도 증가 속도를 적절히 관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금융계는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에 이어 은행권의 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한 추가 대책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 부채의 양과 질 모두 악화

국내 경제에서 가계부채는 양과 질 모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지난해 말 사상 처음 1000조 원을 돌파한 가계빚은 1분기(1∼3월)에 3조5400억 원, 2분기(4∼6월) 13조4400억 원이 각각 불어난 데 이어 정부의 경기부양 기조가 더욱 두드러진 3분기(7∼9월)에는 무려 22조 원이 늘었다. 이런 흐름은 4분기(10∼12월)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10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7조8000억 원으로 월별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채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증거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생계형 대출이 늘면서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저신용자 대출은 전체 가계대출의 20%를 넘어섰다.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빚을 진 다중채무자도 63%에 이른다.

빚을 진 가계의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비율은 올 3월 현재 68.7%로 1년 만에 26.5%포인트 늘었다. 통상 이 비율이 40%를 넘으면 빚을 갚을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한계 가구’로 분류된다. 또 베이비붐 세대인 50대 가구의 가계빚이 전체의 35%를 차지하고 있어 이들의 은퇴가 본격화되면 가계부채의 집단 부실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정부는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이 고소득층에 몰려 있어 단기간 내 부실화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지만 이처럼 저소득층과 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부채 위기는 이미 임계 수준을 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로 인해 생활비나 사업비 대출이 많이 늘었는데 현재의 경기 상황을 감안하면 서민 가구는 나중에 빚 상환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선진국은 다 줄이는데… 한국만 가계빚 증가

가계부채가 무서운 것은 순간의 정책 실패나 외부 충격과 결합할 때 언제든지 국가 경제 전반에 중대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사(史)를 놓고 봐도 심각한 경기침체의 근원에는 항상 과도한 가계빚이 도사리고 있었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전주곡이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는 누적된 가계부채가 주택시장의 버블 붕괴와 함께 터진 대표적인 사례였다. 1990년대 시작된 일본의 장기불황 역시 경기부양을 위한 저금리 정책이 부동산 관련 대출의 확대로 이어지다가 결국 자산거품이 꺼진 게 원인이 됐다.

이처럼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몸소 깨달은 선진국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마다 과도한 가계빚을 줄이는 작업에 들어갔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은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2005∼2007년 정점을 찍은 뒤에는 일제히 내려가는 추세다. 빚을 줄이는 게 당장은 다소 고통스럽지만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유독 이와는 반대의 흐름을 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경제성장률(명목 국내총생산 증가율)을 거의 매년 앞지르고 있다. 역대 정권이 ‘발등의 불’인 경제위기를 조속히 타개하기 위해 부동산 경기부양과 금리 인하 등으로 계속 부채 증가를 조장하는 정책만 써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중반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국내 시중금리가 동반 상승하면 막대한 빚을 진 한계 가구들의 이자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채 상환이 어려운 한계 가구들이 빚을 갚는 데 매달리기보다 정상적인 경제생활에 몰두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며 “정부가 공적자금을 일부 지원하더라도 금융기관이 이런 부실대출을 털어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기업+가계 총부채 4500兆 돌파

문병기 기자, 유재동기자

 

입력 2014-12-12 03:00:00 수정 2014-12-12 03:47:33

국민총소득의 3배… 2년새 432兆 ↑
정부 “제2금융권 가계대출 억제”


최근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가운데 국가, 기업, 가계가 빌린 전체 부채 규모가 45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총소득의 3배 수준으로 경제성장만으로 빚을 줄이기 어려워지는 ‘부채의 늪’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11일 기획재정부가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공기업을 포함한 국가부채와 가계 및 기업부채를 포함한 총부채가 4507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부채는 2011년(4075조 원) 4000조 원을 넘어선 데 이어 2년 만에 432조 원 불어난 것이다. 특히 10월에만 가계대출이 사상 최고 규모인 7조8000억 원이나 늘면서 올해 총부채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 정부 관계 부처는 10일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열어 대출 증가세가 빠른 농협 수협과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의 담보평가를 강화하고 상가·토지담보대출에도 담보인정비율(LTV)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가계대출 억제책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