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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촉이 살아 있어야 한다

신오덕 2015. 7. 2. 10:20
[기고] 커뮤니케이션으로 본 `메르스 징비록`
기사입력 2015.07.01 17:29:57 | 최종수정 2015.07.01 20: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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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대비가 소홀한 와중에 메르스는 `크고 복잡하게` 찾아왔다. 이제 진정돼 가고 있다지만 잘잘못은 확실히 가려야 같은 실수를 또다시 범하지 않을 수 있다.

2014년 5월 미국 내 최초 메르스(MERS- CoV) 확진 환자를 발표하면서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톰 프리든 소장은 "이번 사례는 우리 모두가 연결돼 있음을 상기시킨다. 국내외적으로 힘을 합쳐 집중된 노력을 펼쳐야 연결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초연결 사회 속의 우리는 위험에 더 취약하다.

위기관리 상황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이다. 중요한 정보의 신속한 수집 아래 의사 결정이 이뤄지고, 효과적 소통이 가능하려면 조직 내외적인 협력과 조율이 필수다. 위기가 돌연히 닥치면 우왕좌왕하게 되고 관계자들은 자기방어적 자세를 취하기 마련이다. 법률적, 기술적, 외교적 요소의 검토와 신속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위기 상황에 즉시 협업할 외부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크를 미리 구축해야 한다.

위기 상황 시 의사 결정은 상황 변수에 좌우되지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가이드라인을 따르면 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첫째, 철저한 모니터링이다. 언론 보도와 취재 문의 내용, SNS 내 포스팅, 콜센터 문의 내용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속, 정확, 간결하게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정보의 정확성이 신뢰를 좌우하므로 확인된 사항, 미확인 사항, 진행 중인 사항을 진솔하게 설명해야 한다. 특히 건강과 직결된 사안에 대해 미확인 내용을 섣불리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정보가 필요한 이에게 리스크를 신속, 정확히 알리고 진행 과정의 오류는 진정성 있게 사과한다.

둘째, 공식화한 `원 보이스(One Voice)`다. 이를 위해 조직 내 여러 관련 부서와의 조율, 조직 외 다양한 단체, 기관들과의 조율이 필요하다. 평소 각 조직의 특성을 잘 알고 신뢰가 형성된 사람들에게 조율을 맡겨야 한다. 또한 사견이나 조율되지 않은 내용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상황실의 철저한 보안 관리가 중요하다. 이번 메르스 사태처럼 병원 중심으로 확산되는 경우 정부는 전국 의료 기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원 보이스`가 나갈 수 있도록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교육하는 게 효과적이다.

셋째, 전문 역량의 구비 여부를 기준으로 대변인을 선정해야 한다. 대변인은 조직의 의사 결정 원칙과 정보 전달 가이드를 숙지하고 긴급 대응 상황에 한해 답변해야 하며, 업무시간 외에도 기자들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긴장된 상황에서도 차분히 대응할 수 있어야 하므로 사전에 충분히 훈련된 사람에게 대변인 역할을 맡겨야 한다.

넷째, 효과적 커뮤니케이션 방법과 채널 전략을 구사한다. 커뮤니케이션의 타깃과 기대 효과에 따라 콘텐츠 전달 방법과 채널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SNS 사용률이 높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보건부 산하 질병관리본부(Command & Control Center)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 폴로어만 7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국내에는 관련 트위터 계정이 60개가 넘는다는데 분산된 힘을 모아 SNS를 효과적인 소통의 `도구`로 삼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메르스 사태처럼 미확인 사항이 많고 전 세계적인 대응 노력이 필요할 때는 국외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마침 메르스가 정점인 시점에 세계 과학 저널리스트 대회가 국내에서 열렸고, 이에 따라 앞으로 메르스 이슈가 제기되면 한국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전 세계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글로벌 협력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이번 위기를 잘 관리해 공중보건 시스템과 문화를 향상시킴으로써 한국 의료 시스템과 의료 서비스 종사자에 대한 타격, 나아가 국가 브랜드의 훼손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CEO와 조직의 리더들은 언제나 `촉`이 살아 있어야 한다. 징비(懲毖)하지 않은 나라에 역사는 자비롭지 않다는 류성룡의 가르침처럼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위기 대응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차분히 준비해야겠다.

[박영숙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