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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의 최고 명언을 살펴라

신오덕 2015. 7. 16. 09:55
[매경춘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기사입력 2015.07.15 17:58:16 | 최종수정 2015.07.16 09: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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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의과대학을 졸업하며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지도 벌써 33년이 넘었다. 그런데 최근 이 선서가 고대 그리스어로 작성되었던 원본이 아니라, 1948년 세계의사협회에서 제정한 일종의 수정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장 큰 차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인종 학살에 참여한 일부 의사들의 죄를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의미에서 인종, 종교, 정당, 정파, 사회적 지위 등으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기술한 것이라고 한다.

현대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의 최고의 명언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이다. 그러나 이 명언은 그리스어가 라틴어로, 또다시 영어로 번역되면서 의미가 잘못 해석되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그가 말한 영어 원문은

 

"Life is short and art long, opportunity fleeting, experience perilous, and decision difficult.

 

The physician must not only be prepared to do what is right, but also to make the patient, the attendants, and externals to cooperate"

 

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고, 기회는 순식간에 지나가고, 실험은 위험하고, 판단은 어렵다. 의사는 자신이 보기에 올바른 일을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또한 환자와 조수와 외적 요소들의 협조를 이끌어낼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

 

라는 뜻이다.

여기서 예술로 번역된 "art"는 그리스어로 "tekhne", 기술(技術)이란 단어이며, 문맥상 진정한 뜻은 의술(art of medicine)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히포크라테스는 의술의 길고 험난함, 그리고 도덕성과 협동심을 강조하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최근 의료계는 매우 힘들다. 특히 대학병원 교수들의 노동량과 삶의 질은 결코 밖에서 보는 것만큼 화려하지 않다. 전공의 시절에는 공부와 수련으로 늘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교수 임용 후에는 진료, 수술, 학생 및 전공의 교육, 학회활동, 연구 논문 집필 등을 위하여 더 바쁘게 지내는 경우가 많다. 물론 모두가 같은 생각일 수는 없겠지만, 의사라는 직업의 선택을 경제적 동기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직업이 다 그렇듯, 의사이기 때문에 자기에게 주어지는 일에 대한 긍지와 보람 그리고 소명의식이 없다면, 졸업식에서 손을 들고 다짐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한낱 영혼 없는 구호일 뿐이다.

[김영모 인하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