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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보증을 점검하고 나아가라

신오덕 2015. 7. 30. 12:34
[기자 24시] `좀비기업` 연명시키는 국책은행
기사입력 2015.07.29 17:18:49 | 최종수정 2015.07.29 17: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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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자금 약 64조원이 장기 불황에 빠진 조선사들의 대출과 지급보증을 위해 묶여 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1단계 금융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가 투입한 공적자금과 똑같은 규모다.

진작 정리됐어야 할 수많은 기업들이 금융당국과 정치권 그리고 그들의 눈치를 보는 국책은행의 개입으로 기업으로서의 생명이 끝났어도 활동하는 `좀비기업`으로 변하고 있다. 3조원의 부실을 숨겨온 대우조선 사태는 빙산의 일각이다. 조선·철강·해운 업종을 중심으로 정책자금 지원에만 의존해 연명하는 좀비기업이 지난해 말 한국은행 집계 기준 3000개가 넘는다.

좀비기업들은 국책은행의 경영 건전성을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히 훼손시켰다. 2013년부터 STX조선해양·성동조선해양 지원 등으로 큰 손실을 입으면서 국책은행의 지난해 말 평균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은 금감원 권고 수준인 12%에 턱걸이했다. 시중은행 평균인 15%에 크게 못 미친다.

자칫 국책은행발 금융위기 가능성도 점쳐지는 국면이다. 좀비기업을 연명시키는 막대한 혈세를 콘텐츠·지식산업에 지원한다면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려운 대기업을 돕는 일이 국책은행의 사명이기도 하지만 구원투수로서의 전문성이 약하다는 게 문제다.

산업은행은 STX·대우조선 사태에서 보여주듯 주채권은행으로서의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너무 많은 부실 대기업을 떠안고 있다보니 `맞춤처방`을 내리는 데 한계가 있다. 수출입은행 역시 이명박정부 당시 수출금융 확대 방침에 따라 신용공여한도가 대폭 늘어나면서 위험 관리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단순히 국책은행들의 허술한 위험 관리 능력만 탓할 단계는 지났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치적 개입의 우려가 있는 국책은행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경남기업 사태가 대표적이다. 좀비기업 정리는 풍부한 자금을 활용한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가 맡는 쪽이 바람직하다.

선진국에선 대기업 구조조정은 가급적 시장 기능에 맡겨두고 국책금융기관은 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소기업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 국책은행도 정체성을 `좀비기업`의 수호천사에서 `창조기업`을 위한 엔젤투자자로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