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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에서 배워라

신오덕 2015. 7. 30. 12:40

침 묻혀가며 넘겨보던 플레이보이 잡지 시대는 오래전에 한물갔다. 섹시한 여자와 근육질 남자가 별별 짓 하는 걸 생생하게 볼 수 있는 포르노가 기절할 정도로 놀랍더니, 이제는 한술 더 떠 공상과학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데몰리션맨’에 나오는 것 같은 사이버섹스를 원하는 사람과 할 수 있을 것 같다.

로라 베르만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영화가 보여주듯 인공지능(AI)·가상현실(Virtual Reality)·통신혁명이 완벽하게 결합하면, 육체적 파트너 없이도 성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예언했다. 킨제이연구소의 줄리아 하이만은 버추얼섹스를 통해 다양한 감각적 욕구가 충족될 수 있을 것이며, 체험자 자신이 원하는 버추얼섹스 파트너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한다.

그게 말이 되느냐고 하겠지만 말이 된다. 상대 이성을 현실처럼 눈앞에 만들어낼 수 있는 특수 헬멧을 쓰고 자극적인 음향을 제공하는 이어폰을 귀에 꼽으면 된다. 특수 글러브를 끼면 상대의 피부를 만질 수 있고 옷을 벗길 수도 있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자극을 줄 수 있는 특수 전극을 온몸에 설치하면 감각을 체험할 수 있다. 텔레딜도닉스(Teledildonics·사이버 공간에서의 원격섹스) 기술이 발전하면 PC에 연결된 상대의 바이브레이터로 상대의 성감대를 자극할 수 있다. 코에 최음제 페로몬을 넣으면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 맡고를 실제와 똑같이 할 수 있다. 남자는 성기에 콘돔 비슷한 것을 끼워 실제로 섹스하며 사정할 수도 있다. 여자는 가슴을 만져주는 듯 느끼게 하는 기구를 사용할 수도 있으며 심지어 채찍으로 때리는 감촉까지 느끼게 해준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다. 게다가 MIT 공대 인공지능 개척자 마빈 민스키 교수는 성행위 때 느끼는 쾌감과 자극을 뇌에 주입해, 실제로 성행위를 가진 것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원래 사이버섹스의 원조는 1960년대 미국 정부의 주도 아래 일본 도쿄대에서 행해진 인터섹스(Intersex) 프로젝트다. 해외 주둔 미군들이 성병의 위험 없이 시뮬레이션된 섹스 경험을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게 골자였다. 이 프로젝트에서 여성 지원자의 반응은 비디오-오디오 테이프로 녹화-녹음돼 남성을 위한 시청각 자극의 도구로 사용됐다. 이 밖에 감각을 자극할 수 있는 많은 작업이 행해졌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결혼 제도를 심각하게 위협하며 가상에서 난교를 엄청나게 확대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결국 중단됐다. 프로젝트는 중단됐지만 이미 사이버섹스의 실현 가능성은 검증된 셈이다.

 

그렇지만 현재 기술로선 애무가 고작 미미한 전기충격 수준이다. 물론 기술이 발달하면 감각은 좀 더 섬세해질 것이며 키스는 훨씬 끈적거릴 것이고 섹스 스타일도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다. 아주 멀리 떨어진 부부가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접촉을 느끼며 온라인으로 섹스를 즐길 수 있을 것임은 물론이다. 교도소, 군대, 우주선 남극기지 근무자와 배우자의 외도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고 꾀죄죄한 방에 있으면서도 얼마든지 샤론 스톤, 브래드 피트까지 초대해(?) 황홀한 쾌감을 만끽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프리섹스 시대의 서곡이 되기 딱 좋다. 섹스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하겠지만, 심할 경우 부부관계는 저리 가라 하고 사이버섹스가 주가 돼 현실과 가상이 뒤바뀌어 버릴 수도 있을 터다.

 

막상 그렇게 되면 사랑이 쫙 깔린 살 비비는 섹스가 새삼 다시 그리워지지 않을까?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장 서울교대·경원대 행정학 박사 / 일러스트 : 김민지]

 

 브래드 피트와 뜨거운 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