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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의 디자인은 중요하다

신오덕 2015. 8. 21. 12:19
[I ♥ 건축] 건축의 대화
기사입력 2015.08.20 17:48:31 | 최종수정 2015.08.20 19: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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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는 신축뿐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요구와 기능에 맞추어서 기존 건물에 증축되는 경우도 많다. 새로이 건물이 들어설 때마다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기존 컨텍스트를 얼마나 존중했느냐"는 명제다. 동대문 DDP나 서울시청 신청사가 들어섰을 때 많은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주변 컨텍스트에 맞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일리가 있는 크리틱이다. 대화를 하다 보면 먼저 말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 건축에서 컨텍스트를 맞추는 것은 상대방 이야기를 듣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반면 주변과 전혀 다른 디자인을 넣는 것은 대화의 흐름을 깨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동대문 DDP는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만약에 듣는 사람이 맞장구만 치고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과연 건강한 대화일까? 자기주장이 너무 없는 수동적인 태도도 문제다. 왜 건축은 과거의 이야기를 항상 수긍하고 듣기만 해야 하는 것일까? 과거는 항상 옳은가? 서울시청이 일제강점기의 건축을 대변한다면 신청사는 21세기 서울을 이야기하는 하이테크 건축이면 안 되는가? 모든 신축 건물이 반드시 옆 건물과 비슷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필자는 희한한 형태만 추구하는 건축물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새로운 것을 수용할 열린 마음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축 건물은 `때로는` 주변 컨텍스트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예스맨`의 건축만으로는 도시에 발전이 없을 것이다. 기성세대에 주눅 들지 않고 합리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젊은 세대가 있을 때 그 사회가 희망이 있는 것이다. 도시 속의 건축도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청 신청사와 동대문 DDP는 좀 거칠 수는 있지만 의견을 내세우며 동등한 대화를 시도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모습이 처음에는 다소 무례해 보일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오래된 건축 옆에 새로이 건축이 지어질 것이다. 신축되는 건축의 지나친 독선은 위험하다. 하지만 신축 건축물에 듣기만 하라고 강요하는 것 역시 위험하다. 조선시대 때 고려청자만 고집했다면 아름다운 백자는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