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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위기를 피한 합의 내용을 살펴라

신오덕 2015. 8. 26. 09:33
[사설] 남북 합의 바탕으로 한반도 새 패러다임 열어야
기사입력 2015.08.26 00: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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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25일 새벽 극적인 합의가 도출됨에 따라 남북이 일촉즉발의 군사적 충돌 위기를 피했다. 북측은 준전시 상태를 해제했고, 우리 측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은 개최 과정, 참가자, 성과 등 여러모로 이례적이었던 만큼 새로운 남북 관계를 여는 큰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된다.

이번 남북 접촉은 북측의 지뢰·포격 도발에 우리 군이 단호한 응징에 나서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며 급격하게 긴장이 고조된 상태에서 극적으로 성사됐다. 22일 저녁 협상을 시작해 `무박 4일` 이라는 전례없는 형식 속에서 43시간 동안 줄다리기를 한 끝에 군사적 충돌을 피한 대표단 성과는 평가할 만하다.

남북협상 결과 내놓은 공동보도문에서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였다`고 명시했다. 지뢰 `도발`을 `폭발`로 표현했고 `남측 군인들이 부상당한 것`이라고 언급해 북한으로부터 확실한 사과를 받았다고 하기에는 미진해 보이는 대목도 있다. 재발 방지에 대한 명시적인 약속이 없는 사실도 아쉽다. 하지만 천안함 폭침을 남측 조작극이라고 주장하는 등 발뺌과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해온 북측이 지뢰 도발에 유감을 표명한 것은 그나마 우리의 단호한 대응이 불러온 태도 변화라 볼 수 있다.

나아가 이번 접촉 결과 추석 때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9월 초 적십자 실무 접촉을 하기로 했다. 또 남북당국회담을 평양 또는 서울에서 이른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했고, 민간 교류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성화하기로 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줄곧 냉각돼 왔던 남북 관계가 박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맞아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는 상황이다. 북한 핵문제와 천안함 폭침 사과 문제가 아직 남아 있지만 남북 최고지도자의 최측근들이 밤을 새워 협상을 벌인 만큼 양측의 소통 간격은 좁혀졌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사태에서도 갈등을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협상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남북은 앞으로도 대화의 폭을 넓혀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