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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답할 좋은 경험이였다

신오덕 2015. 8. 26. 09:35
[김세형 칼럼] 통일까지 달려가 본 상상력
기사입력 2015.08.25 17:35:37 | 최종수정 2015.08.25 18: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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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 후 가장 가파른 대치였다. 구체적으로 전쟁시간(22일 오후 5시)까지 적시하고 무력을 총동원했다. 목함지뢰 사건으로 우리 군인 2명이 다리를 잃은 것은 아프지만 5000만 겨레는 스스로에게 전쟁할 준비가 됐는지를 묻고 답할 좋은 경험을 했다. "전쟁? 해야 되면 하라." 2030세대 8할 이상이 그런 결기를 세웠다. 북핵을 걱정하지 않았다. 종전엔 "일 터지면 잃을 게 많은 우리가 참아야"라는 부자 몸조심과 좌파들의 딴지가 시끄러웠다. 광복 70주년, 세계 10위 경제대국에 들어선 자부심이 작용했을까. 아베 담화에서 식민지배, 나쁜 짓 한 측이 되레 큰소리친 게 상실감 젖은 분노를 자극했을까. "4300년 역사에서 한국이 단 한 번이라도 외국을 침략해본 적 있나. 언제까지 맞고만 살 건가."

그리하여 `만약 전쟁하면 1주일 만에 끝날까`라는 물음과 분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달궜다. 우리의 상상력은 분단 후 처음으로 가상통일영역을 밟아본 것인지 모른다. 우리의 생각은 그 지대로 몇 걸음 걸어들어갔다. 다만 그 현실성은 계산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자! 그럼 이 기회에 통일을 리얼리티(reality)로 끌어내 볼까.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처럼 22일 오후 5시 이후가 그대로 진행되고 정말 일주일 만에 속전속결로 피해를 최소화하여 승전했다 치고, 그러면 통일한국은 그후 정말 대박일까.

이 대목에서 독일은 또 한 번 한국의 이정표이다. 통독 전 서독 국내총생산(GDP)은 동독의 3배, 인구는 4배였다. 서독인 4명이 66% 가난한 동독인 하나 먹여살리면 됐다는 계산이다. 남북한을 비교하면 GDP는 북한 공식 통계로 40분의 1, 인구는 2대 1이다.

남한 인구 1명당 97% 더 가난한 북한 출신 2명을 먹여살려야 한다. 통일하면 북한 주민은 사실상 생활보호대상자(KDI 분석)이므로 그냥 남한 1명이 북한 2명을 책임져야 한다고 보면 된다. 이 충격의 크기를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IMF 외환위기 100배쯤으로 보면 무난할 것"이라 하고 어떤 경제학자는 원자폭탄 수십 개가 투하된 것으로 보라고 한다.

통일이란 단어에는 낭만이 있다. 독일 통일을 일궈낸 빌리 브란트 총리가 "통일국가를 포기한다는 것은 민족의 자살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배반"이란 명언을 했다. 통독작업을 추진했던 에곤 바르가 "한 나라가 너무 오래 분단돼 있으면 다른 독립국가가 되니 한국도 통일을 서둘러라"는 충고는 숭고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통일은 상상을 초월한 계산서를 청구한다. 통독(1989년) 후 오늘날까지 약 3000조원 정도를 동독 재건에 쏟아부었다. 서독 GDP의 4~5%를 넣은 해가 많았다. 이를 한국에 대입해서 GDP 5%를 써야 한다면 올해 86조원이다. 올해 국방비가 37조원, 내년 전체 예산이 385조원쯤이라니 비교해 보라.

어떤 낭만파는 북에 자원이 많으니 그걸로 충당하고 국제 금융사들이 융자를 많이 해주므로 북한의 싼 노동력과 어울려 개발붐을 일으키면 오히려 대박이 나온다고 한다. 북한 지하자원은 GDP(30조원)의 3배, 100조원쯤이 정찰인데 개발비용이 더 많다는 추산도 있다. 북한 개발 효과, 그로 인한 부동산 매각이득 같은 것은 분명 있다. 단 조건은 수십 년 고통을 참고 견딜 것! 통일비용 청구서는 20년간 2000조원 혹은 2060년까지 4657조원(국회)으로 추정된다. 한 전문가는 우리의 통일준비상황을 분야별로 성적을 매겼다. 경제 D, 사회통합 F, 외교력 D, 정치 분야 F 학점. 4과목이 모두 낙제인데 통일찬가를 부르면 소가 웃을 일이라고 한다. 서독이 등골 휘게 도왔는데 오시(Ossis·가난하고 게으른 동독놈들), 베시(Wessis·돈 많다고 뻐기는 탐욕스럽고 거만한 서독놈들) 갈등은 높다.

휴전선에서 포 몇 방 쏜다고 통일 운운하는 것은 유치한 상상이다. 그러나 통독에서 보듯 사소한 데서 대업이 이뤄지는 법이며 준비가 안 된 만용을 신(神)은 징벌한다. 예산은 매년 20조~30조원씩 펑크가 나고 청년 고용을 해결 못해 전전긍긍하는데 어디서 수천조 원을 퍼내란 말인가. 우리는 가상의 통일지역을 걸어들어간 후 질겁을 하고 도망쳐 나올 판이다. 그러면 통일은 현실이 아니고 사치요, 소설이 된다. 마침 북이 사실상 백기를 들었으니 무엇보다 북한을, 경제를 개발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할 것이다. 말로만 통일대박은 공허하다.

[김세형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