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철과 신념

어떤 위기도 이겨낼 수 있다 본문

성공

어떤 위기도 이겨낼 수 있다

신오덕 2015. 8. 26. 09:37
[기자 24시] 지난 닷새 우리가 얻은 것
기사입력 2015.08.25 17:35:21 | 최종수정 2015.08.25 17:37:34
보내기

 

# 8월 21일. 경기도 연천군 중면 대피소 주민들의 표정은 예상외로 결연했다.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 다음날인 이날 이곳 대피소 옆에는 지난해 북한이 도발한 14.5㎜ 고사총탄 흔적이 남아 있었다. 주민들은 악몽처럼 반복되는 도발의 공포에도 불평 한마디 없었다.

# 8월 24일. 서울 방배본동 예비군 훈련장에 입소한 청년들 눈빛에는 결기가 가득했다. 평소 예비군 훈련 응소율이 70% 내외인 것과 달리 이날은 80%에 달했다. 미국 유학생으로 얼마 전 귀국해 이날 훈련에 참여한 김범준 씨(25)는 "전쟁이 터지면 학업을 미루더라도 참전할 것"이라며 "전방의 후배 현역 사병들에게 응원을 보낸다"고 말했다.

지난 닷새 동안 한국 사회는 하나로 뭉쳤다. 유사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접경지 주민들이 "이번에야말로 북한의 도발 사이클을 끊자"며 의연함을 보였고 전역을 앞둔 장병 50여 명은 자발적으로 전역 연기를 신청했다. 느슨했던 예비군 훈련장이 전방부대 못지않은 군기와 전의로 가득 찼다.

가장 주목된 부분은 젊은 세대의 깜짝 놀랄 만한 변화였다. 진보세력의 목소리에 동조해온 2030세대가 북한과 `전면전 불사`를 선언한 정부를 신뢰하고 지지했다. 남북 갈등 상황이면 언제나 온라인을 떠돌던 음모론과 정부 책임론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북한이 기대했을 `남남 갈등`이 일어나지 않는 것에 북한도 당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매일경제 긴급설문에서도 2030세대의 변화가 포착됐다. 20·30대 남녀 500명 중 93.8%가 이번 남북 대치를 `북한의 책임`으로 지적했다. 5년 전 천안함 폭침 당시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를 믿는다`는 답변이 55.8%에 그친 것과 비교할 때 상전벽해의 모습이다.

예측 불가이던 북한이 의외로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였고 일촉즉발의 무력충돌 위기가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는 반전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결국 강력한 단결이 최고의 방어임을 일깨워줬다. 세대가 한목소리로 뭉치는 것이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게 했다. 잠깐 북한 도발에 신경을 빼앗긴 사이 중국의 경착륙 위기, 글로벌 통화위기가 한반도를 엄습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세대와 이념을 넘어 단합하면 어떤 위기도 이겨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지난 닷새 동안 손에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