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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 덥혀지는 밥

신오덕 2005. 5. 17. 07:46


 

 

 

[이규태 코너] 즉석 덥혀지는 밥


 


 
입력 : 조선일보 2005.05.12 18:49 57'
 

 


 

중종 때 청백리 김정국(金正國)은
 
다섯 가지 반찬으로 밥을 먹는다고
 
말하고 다니면서 실은 세 가지 찬만
 
으로 밥을 먹었다.
 
 
누군가가 두 가지 반찬은 어디다
 
숨겨놓고 먹습니까 하고 언행이 일치
 
하지 않음을 넌지시 물었다.
 
 

“숨겨놓은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을

 

따름이지.

 

시장할 때 찾아 먹으니 시장이 한 반찬

 

이요 반드시 식기 전에 먹으니 따뜻함

 

이 다른 한 반찬일세” 했다.

 

 

이처럼 밥을 따뜻하게 먹는 온식(溫食)

 

은 한국 식문화의 특색 가운데 하나

 

로 한국을 이해하는 열쇠가 되고 있다.

 

찬밥 신세라는 말도 있듯이 김이

 

오르는 밥,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의

 

뜨거운 국, 그리고 지글지글 끓는 찌개

 

를 후후 불어 가며 먹어야 충족감이

 

드는 식사문화다.

 

 


서양에서 은그릇, 구리그릇 등 쇠그릇

 

이 발달한 데 비해 한국에서 질그릇,

 

사기그릇 등 도자기가 발달한 것도

 

온식을 위한 보온성이 상대적으로

 

강하기 때문이요, 서양 언어들의 본

 

이 되고 있는 희랍어에서 가열(加熱)

 

을 뜻하는 단어는 태운다는 말밖에

 

없다던데 우리나라 말에 가열동사는

 

부지기수다.

 

태운다 말고도 굽는다-삶는다-볶는다-

 

덥힌다-끓인다-지핀다-달군다-잦힌다

 

-데친다-달인다-지진다-찐다-데운다

 

등등 온식문화의 발달도를 가늠케

 

해준다.


 

임진왜란에 참전했던 한 일본장수가

 

써 남긴 글에, 조선 병사들은 반드시

 

하루에 두세 번씩 다수가 집결하며

 

그 집결 지점과 시간을 첩자로 하여금

 

탐지, 기습을 가한 것이 승리의 비결

 

가운데 하나였다고 했다.

 

 

분명히 전투에서 병력의 집결은 약점

 

의 노출이다.

 

한국의 밥은 간단히 나누어 갖고

 

다니며 먹을 수 없기에 전투식으로

 

부적하다.

 

집단 취사가 불가피하고 찬 밥덩이로

 

분산 식사를 하더라도 따스운 국물

 

없이 밥을 못 넘긴다.

 

 

곧 떠돌며 살아온 민족들은 들고

 

다니며 먹는 이동식 식사가 발달,

 

전투식사로 십상이지만 농토에 틀어

 

박혀 살아온 한국에서는 이동할 필요

 

가 없기에 여러 사람이 모여 먹는

 

정착성 취사가 발달, 전투 식사로

 

부적하다.

 

 


보도된 바로 병사들의 개별 행동을

 

보다 보장하는 자체 발열 밥이 개발

 

되었다한다.

 

포장만 뜯으면 화학작용으로 따뜻한

 

밥이 된다 하니 정착성 문화와 이동성

 

문화의 퓨전이라는 차원에서 의미를

 

갖는 즉석 온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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