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철과 신념

서민의 고통부담을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본문

행복

서민의 고통부담을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신오덕 2008. 7. 30. 13:36

 

"올라도 너무 올랐어요"…30년 '베테랑 주부'도 한숨

노컷뉴스 | 기사입력 2008.07.29 06:03 | 최종수정 2008.07.29 07:45

 

 

주부 김숙자(58)씨의 남편은 이제 퇴직 5년째를 맞았다. 환갑이 넘은 남편은 요즘도 일을 하지만 월수입이 반 토막이 된 지 오래다.

 

최근 한 주에 한 번만 장을 본다는 김 씨는 장보기에 나섰다가 그만 삼겹살을 팔던 점원에게 역정 아닌 역정을 내고 말았다.

 

너무 오른 물가 앞에선 결혼생활 30년이 넘은 베테랑' 주부도 당해낼 재간이 없어 보였다.

 

 

물가가 수개월째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특히 이른바 '장바구니' 물가가 크게 오른 지는 이미 오래로, 가계를 꾸려가는 주부들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곳곳에서는 심심치 않게 IMF 경제위기 때보다 심하다는 말이 들려올 정도다.

특히 최근 남편 퇴직 등으로 수입이 크게 줄어든 50대 이상 중산층 주부의 박탈감은 상대적으로 더 큰 상황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수입이 크게 늘 여지가 없는 이들은 한끼 식사를 위한 장을 보러 나서면서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CBS 노컷뉴스는 고물가 시대, 흔들리는 중산층과 함께 장보는 현장을 직접 동행취재를 하며 주부의 어려움을 직접 들어봤다.

지난 23일 경기도 일산의 한 대형마트, 장을 보러 나선 58살 김숙자(가명) 주부의 얼굴이 밝지 않다. 지하 1층의 식품매장에 들어선 김 씨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지갑 속에서 칼라 인쇄된 종이 한 장을 펴든다.

이 종이는 마트에서 나눠주는 할인쿠폰. 김 씨는 "매장 할인쿠폰이 집으로 오는데, 옛날에는 챙기지 않았지만 요즘은 장 보러 올 때 꼭 들고 다닌다"라며 "어려운 때에 물건을 조금이라도 싸게 살 수 있어 좋다"라고 설명했다.

나이 탓일까? 깨알만 한 글씨로 된 할인쿠폰과 한참을 씨름하던 김 씨는 과일 진열대에서 샛노란 바나나 한 송이를 골랐다.

하지만 바나나에 계산바코드를 붙이러 매장 직원에게 갔던 김 씨는 골랐던 바나나를 내려놓았다. 김 씨는 "방금 고른 바나나는 할인쿠폰 적용이 안 되는 바나나였다"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남편 좋아하는 삼겹살 '너무 비싸' 못해주기도

김 씨가 그 다음 찾은 매장은 정육매장. 점원이 친절하게 가격을 설명하지만, 설명을 듣던 김 씨는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다.

"왜 이렇게 비싸요. 올라도 너무 오른 것 같아요"
삼겹살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김 씨가 점원에게 하소연하듯 말을 꺼내자, 점원은 익숙하게 김 씨를 달래듯 삼겹살 가격이 많이 오른 지 오래라는 설명을 해나갔다.

결국 2만 원 어치의 삼겹살을 산 김 씨는 "삼겹살 가격이 오른 건 예전부터 알고 있지만, 볼 때마다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씨는 "남편이 육식을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잘 해주지 못한다"라며 "거의 야채로 식단을 꾸리다보니 남편이 가끔 요즘 옛날하고 다르다며 한 마디씩 한다"라고 덧붙였다.

또 김 씨는 "최근에 생선도 많이 올라 요즘은 거의 채식 위주 식단을 꾸리고 있다."라며 "다행히 야채는 큰 폭으로 오르지는 않았는데 이마저 오르면 큰 걱정"이라고 한 숨을 내쉬었다.

◈김숙자 주부, 수십 년 즐긴 '과자·커피' 다 끊어

물가가 크게 오르자 김 씨에게도 변화 아닌 변화가 생겼다. 김 씨는 최근 과자류를 아예 끊었다. 특히 최근에는 밀가루 값이 오르면서, 과자 가격도 덩달아 올랐기 때문이다.

스낵과 쿠키 등 몇 개만 사면 1만 원을 훌쩍 넘는 가격이 너무 부담스럽다는 김 씨는 또 수십 년간 즐기던
기호식품인 커피도 거의 끊다시피 했다.

김 씨는 이에 대해 "어쩔 수 없지 않냐"라며 "이런 상황에서 애들을 키우라고 하면 난 자신이 없을 것 같다"고 오히려 젊은 주부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김 씨가 매장에서 고른 제품의 액수는 4만 8,800원 가량. 김 씨가 산 품목은 모두 5개로 바나나와, 우유 1.8L, 삼겹살, 노박, 밀가루 등에 불과했지만 가격은 5만 원 대에 달한 것이다. 부담스러운 마음에 김 씨는 결국 밀가루와 우유, 바나나는 장바구니에서 내려놓고 말았다.

김 씨가 장을 마친 뒤 보여준 지난 2007년 9월 22일자 가계부에는 더덕 등 야채, 커피, 참기름, 등 10여 가지 식품 품목이 깨알 같이 자리잡고 있었다. 당시 이들 식품을 구입한 가격은 4만 1,500원이었다.

김 씨는 "요즘 이렇게 사려면 아마 10만 원 이상은 들 것"이라며 김 씨는 한 손에 든 세 가지 품목이 든 단출한 장바구니를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어보였다.

◈생활물가 급등…3월 이후 최대 14.5% 올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최근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판매되는 주요 생활필수품의 가격이 지난 3월 이후 최고 14.5% 오르는 등 생활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서민은 물론 중산층들의 허리가 휠만한 오름세다.

소비자단체인 서울 YWCA의 육순연 소비자 환경부장은 "최근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서민들은 물론 중산층도 크게 힘들어하고 있다"라면서 "정부는 강력한 의지로 물가급등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육 부장은 이어 "하반기에 전기, 도시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도 큰 폭으로 오를 예정이어서 주부들의 생계 꾸려가기는 더욱 힘들어지게 됐다"면서 "기업들도 고통분담 차원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