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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소중함을 인식하라

신오덕 2013. 1. 31. 14:04

돌잔치문화 이대로 좋은가

  • 13.01.25 09: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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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손자의 성장을 지켜 본지 어느새 1년, 첫돌잔치를 열었다. 서둘러 행사장에 도착하여 텅 빈 홀을 바라보니 하객이 자리를 채울지 은근히 걱정된다. 살림살이가 팍팍하기는 마찬가지란 생각에 많이 알리지 않았다. 더구나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싼 주말을 피해 손자가 태어난 주중에 날짜를 잡아 참석여부가 불투명하다. 돌잔치전문 뷔페도 예식장과 마찬가지로 참석예정 인원을 정해야 하고 예약인원이 차지 않아도 밥값을 내야 한다. 그나마 가까운 이웃과 손자 외가 쪽 친인척, 아들 내외의 직장과 친구들로 자리를 채워 다행이다.  


     행사 시작 전에 손자에게 나비넥타이 파티복과 색동옷을 번갈아 입혀 스냅사진을 찍는다. 웃는 표정을 잡으려는 사진사의 노력도 안쓰럽지만 1시간 넘게 이어진 촬영에 아이도 엄마 아빠도 지치는 표정이 역력하다. 사회자가 돌잔치 시작을 알리자 조명이 꺼지고 성장스토리 영상이 나왔다. 고고의 성을 울리고 태어나 강보에 싸인 모습에서부터 1년간의 성장과정을 보니 기특하고 뿌듯하다. 뒤집기와 배밀이를 하고, 거실 테이블에 기어오르고, 이가 나고, 이유식을 먹고, 이발을 하고, 문화센터에 가서 도리도리 짝짝궁을 따라 하고, 홀로서면서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익히는 모습이 대견하다.


     돌잔치의 하이라이트는 돌잡이다. 예전엔 쌀과 실타래, 책과 붓 등을 골라잡게 하여 아이의 장래를 예측했으나 요즘은 판사봉(판사), 청진기(의사), 마이크(아나운서·연예인), 연필(학자), 계산기(펀드전문가), 돈(부자) 등 유망직종을 상징하는 물건으로 다양해졌다. 사회자의 질문에 아들은 “청진기 잡았으면 좋겠다” 했고, 며느리는 “할아버지가 연필 잡기를 바란다”고 응답했다. 세상사는 지혜를 배우려면 공부가 기본이기에 연필이면 좋겠다고 귀띔한 적이 있다. 어느 지인은 손자 돌잡이를 위해 연필을 앞쪽에 놓고 예행연습을 시켰다는 소리를 듣고 웃었다. 손자는 청진기를 잡았다. 직업의 가치가 다양해진 만큼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올 곧게 살아가기를 바랄뿐이다.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던 예전엔 신생아 사망률이 높아 돌을 넘기면 무탈하게 자랐다고 생각하여 돌상을 차리고 백설기와 수수경단 등을 나눠 먹었다. 그 시절엔 환갑잔치를 성대하게 열었으나, 고령화사회로 접어들고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환갑잔치는 거의 사라지고 돌잔치가 거창한 행사로 떠올랐다. 호화결혼식 못지않게 호텔이나 돌잔치전문 홀에서 유명 연예인을 초청하여 푸짐한 선물을 나눠주며 돌잔치를 벌려 위화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돌잔치 하객들은 대부분 아기 엄마 아빠의 결혼식 때 참석한 사람들이고 빠르면 1년 내 또 돌잔치에 참석해 축의금 부담도 만만찮다. 


     돌잔치 행사가 이벤트화 되면서 돌잡이 시간을 빼고는 아기와 엄마 아빠는 조연이 되고 사회자가 주연이 된 느낌이다. 하객들은 박수치는 엑스트라 역할이 고작이다. 엄마 아빠가 돌잔치 순서를 만들어 손님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태몽이야기, 육아일기 등을 소개하며 스토리텔링이 있는 검소한 돌잔치문화로 바뀌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