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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어라

신오덕 2013. 1. 31. 14:05

슬픈 자화상

  • 13.01.30 09:37:34
  • 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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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음에는 낯선 말로 다가왔지만, 점점 익숙해지는 말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드문 현상으로 여겨졌지만 어느새 익숙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생각하면 더없이 쓸쓸한, 쓸쓸하면서도 아픈, 아프면서도 어두운 우리의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다름 아닌 고독사입니다. 컴퓨터로 자판을 두드려 글을 쓰면 맞춤법이 틀렸거나 띄어쓰기가 잘못된 단어 아래 자동으로 붉은색 줄을 그어 표시해주는 기능이 있는데, ‘고독사’라는 단어 아래에도 붉은색 줄을 그었습니다. 컴퓨터에게도 고독사라는 단어는 아직 낯선 것인가 봅니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죽음을 맞았는지 아무도 모르는 누군가가 많은 시간이 지난 뒤에야 발견이 됩니다. 악취로 인해 발견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악취를 맡을 이들도 없어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발견이 되기도 합니다. 마지막 가는 모습 지켜보는 이가 아무도 없고, 그 손 잡아주는 이도 없고, 생을 마감하며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 들어줄 사람도 없이 누군가가 이 땅을 떠나는 것이지요. 한 사람의 삶이 사물처럼, 사물 중에서도 소용이 없어진 사물처럼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런 현상 때문이겠지요, 망자의 유품을 정리하는 업체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홀로 살다가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가 늘어나다보니 홀로 머물던 자리를 치울 사람도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혼자 살던 이가 머물던 공간의 넓이, 유품의 규모, 특수 청소 여부에 따라 가격은 달라지는데 유품 정리만 할 경우 삼십만 원 정도지만, 주검의 혈흔·악취 등을 지우는 특수청소를 하면 사백만원까지 상승을 한다고 합니다. 주검이 뒤늦게 발견되면 악취가 벽까지 스며들기 때문에 장판·벽지 등을 뜯어내고 악취제거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유품을 정리하는 업체 직원들이 가장 많이 듣는 요구가 있는데, ‘아무도 모르게 해 달라’는 요구라고 합니다. 그동안 왕래가 없었던 유족과 조용히 방을 치워 새로 세입자를 들이려는 집주인 등은 주변의 눈을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것이지요. 속히 고인이 머물던 자리를 청소하고 방을 빼서 그 보증금으로 장례를 치르려는 가난한 유족들이 많다니, 고독사는 그 뒷모습까지도 여간 쓸쓸한 것이 아닌 셈입니다.


    세상 어느 누구도 태어날 때 혼자 태어나는 이는 없습니다. 아무리 없다 해도 최소한 엄마는 곁에 있습니다. 대부분은 부모와 혈육의 축하와 축복 속에서 태어나 수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생을 마감하는 순간 혼자 떠나야 한다니, 아무래도 그것은 고통스러울 만큼 고독한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돌아보면 고독사의 근원은 뚝 뚝 관계가 끊긴 고독한 삶, 우리가 서로를 향한 따뜻한 관심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누구 따로 고독사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외롭고 슬픈, 그리고 고통스러운 이 시대 우리들의 자화상을 보며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프게 돌아봅니다.